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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l 28. 2022

환자로 찾아가고 싶습니다, 원장님

 인천으로 대진을 갔다. 그간 대진으로 간 동네 한의원 중에는 가장 환자가 많이 온 것 같다. 접수대와 치료실의 시스템이 잘 잡혀 있었다. 이렇게 시스템을 만들고 신경 썼기 때문에 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 아프다는 직원 두 명을 치료해주었다. 어깨에 뭉친 부분이 있는 사람이 있었고, 본인의 능력 이상으로 관절을 써서 운동을 그만하는 게 나을 사람이 있었다.


 셋째 날에는 원래 쉬는 날인 직원이 굳이 나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한의원에 나왔다. 치료를 받고서 그 직원은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배꼽 인사를 하고 갔다.

 다른 직원은 나에게 개원 준비 중이냐며 명함을 달라고 했다. 환자로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Q.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원래 원장님과 나의 치료에서 무엇이 다를까. 원장실에 있는 책을 살펴본 결과, 나와 비슷한 공부를 하셨고 일부 책의 닳은 정도로 보아 나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공부의 방향, 그리고 더 많은 양. 그렇다면 원장님이 더 진단도, 치료도 잘하시지 않을까.


 Q. 본성의 차이인가?

 동기들, 친구들과도 같은 공부를 했지만 의외로 실습 같은 걸 해 보면 본성에 따라 환자 응대, 직원 관리, 치료 술기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걸 발견하게 된다. 나에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치료법(어떤 특정 상황에 있어 침의 굵기, 찌르는 깊이, 자극의 정도가 어때야 하는지 등)이 있고 환자가 아프다고 느끼는 것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이 침을 여기까지 찔러야 낫는다고 생각하면 꼭 그까지 찔러 넣는다. 

 하지만 환자가 아파하니까, 아프면 다른 한의원에 갈 수도 있으니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조금 시간을 더 들여서 치료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치료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나은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 내가 정말 다른지 (뛰어난지)

 #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지

 # 그 다름이 개원가에서 나에게 생존력을 더 높여주는지

 # 만약 그렇다면 그 다름을 가장 적절하게 써먹는 개원의 형태는 무엇이 될지


 나와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나를 파악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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