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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02. 2022

겸손하게 새 출발하는 새 직장

 취업했다. 내 사업장의 문을 닫은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원래는 일주일에 3일 일하는, 그것도 한 달 정도 조건부로 일하기 위해 간 곳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원래 당직을 서던 병원에서는 해고당했고 타이밍 좋게도 이쪽 병원에선 상근으로 근무할 사람을 원했다. 그래서 저쪽 직장에서 11월 30일까지 일한 후, 이쪽 직장에서 바로 12월 1일부터 정식으로 일하게 되었다. 사실 겨울이라 중간에 시간이 비어도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다. 마음이 이러니 운명도 그렇게 흘러갔는지, 일하는 날은 그대로 이어진다.

 어제는 K 원장님이 나를 불러 복부에 약침 놓는 방법을 다시 한번 알려주셨다. 우리 병원에선 복부 해독 약침이라는 것을 한다. 청간, SH, OB, K, 항염 등 생소한 이름의 다양한 약침을 구비해놓고 환자의 복부를 진찰한 다음 그에 맞게 주사하는 것이다. 처음에도 간략하게 배우긴 했지만 다시 한번 배우며, 또 K 원장님께 직접 맞아보니 연륜 있는 원장님의 손길은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를테면 자입 시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피부를 어떻게 잡는지도 달랐다.

 오늘은 B 원장님이 추나 하시는 걸 옆에서 참관했다. B 원장님은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오래전부터 추나 강의를 해 오신 분인데, 나는 강의를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직접 받아보고 옆에서 보니 정말 다르셨다. 나도 많은 환자들에게 추나를 했고, 그중에는 갑자기 척추가 옆으로 휘었다며 찾아왔다가 몇 번 치료받고는 펴져서 신기해하며 간 사람도 있었고, 다리 저린 게 나아서 간 사람도 있어 내 실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이 오만이었음을, 오늘 단 하루 참관한 것만으로도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B 원장님의 추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막힘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누가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환경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벗어나 있었다. 나의 두 번째 직장에서는 첫날부터 회진을 돌았고, 내 사업장에선 내가 최고라 믿었고, 세 번째 직장에선 당직만 해서 누구를 만날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다시금 이렇게 7~10년 차이나는 선배들과 함께 일하니 되니 새로운 자극이 되어서 좋다. 나도 부단히 노력해서 더 발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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