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장 건강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건강을 해킹하다: 장의 비밀>이라는 제목이었다. 위, 소장, 대장을 포괄하는 소화기계의 문제를 다루는데 메인은 대장이었다. 대장은 단순히 대변을 만드는 장기가 아니라 미생물이 모여서 활동하는 장기라는 거였고, 그 미생물은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은?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역할을 하는데 아마 사람들이 재밌게 여길 만한 것은 '로즈부리아페시스균'이 아닐까 싶다. 비만과 당뇨를 예방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종류는 아주 많고, 또 아주 절멸된 경우만 아니라면 건강한 식사를 할 때 균형을 잡고 증식해서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게 해 준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위한 식사지침이 한 가지 나오는데, 바로 일주일에 채소 20~30가지 정도를 섭취하라는 것이다. 다양한 채소를 섭취함으로써 우리 대장 속의 환경을 좋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아마도 미국인들이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그 20~30가지 채소를 섭취하는 방법은 놀랍게도 채소를 모아서 갈아 마시는 거였다. 맙소사, 그냥 한식을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어제는 선상낚시를 하러 갔다. 고기 입질이 뜸해지는 시각, 도시락을 받아 열어 먹다 보니 갑자기 눈에 띄게 채소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 가짓수를 세보았다. 그랬더니 세상에, 그 도시락 안에만 채소가 7가지 들어있었다.
대충 먹고 때우려는 도시락마저 이렇게 채소가 많이 들었으니 제대로 한식을 차리면 일주일에 20~30가지 채소를 먹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니 한국인은 태어날 때부터 마이크로바이옴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장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은 왜 그런지? 나도 장이 안 좋아서 하는 생각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자기 장이 안 좋은지 이미 알고 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