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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21. 2024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

 여행을 다녀온 뒤, 출근을 하루 앞두고 할 일이 정말 많았다. 한 주 동안 못 본 경제 뉴스도 봐야 했고, 주식 리포트도 봐야 했고, 빨래도 해야 했고, 청소도 해야 했고... 그야말로 할 일이 넘쳐났다. 평소처럼 6시에 일어나 하나하나 일을 처리하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리기도 하고 좀 여유가 생겨 게임을 켰다. 한참 게임을 하다 보니 갑자기 화면에 경고 문구가 떴다.

 게임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나친 게임은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벌써 그렇게 시간이 되었나? 새삼 놀라서 하던 게임만 끝내고 종료했다.

 다시 할 일을 처리하기 시작해 다 끝냈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아직도 잘 때까지는 5시간이나 남아있었다. 문득 오늘 몇 가지 일을 했나 세 보았다. 일본어 공부, 경제뉴스 확인, 주식리포트 읽기, 블로그 포스팅, 브런치 포스팅... 하기로 마음먹은 일 중 안 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1시간 게임을 한 것이 찜찜함을 남겼다.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관대하고 얼마나 엄격해야 할지는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어떤 사람은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해서 불만일 것이고 - 혹은 현재 문제가 있을 것이고 -, 어떤 사람은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해서 문제일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조금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고삐를 풀면 너무 풀어질까 봐 겁이 나서 좀처럼 고삐를 풀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에는 나 같은 사람이 아무래도 많지 않을까. 자신을 사랑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그 엄격함이 높은 자살률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최대한 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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