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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23. 2024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했던 시

 대학생 때는 참 돈이 없었다. 월세를 제외하고 집에서 30만 원의 용돈을 받았던가. 학생식당의 정식이 3천 원인가 했었던 것 같다. 하루 2끼씩 학생식당에서 먹으면 6천 원*30일 해서 18만 원, 그리고 남는 12만 원 안에서 가끔 짜장면을 사 먹든지 삼겹살을 사 먹든지 해야 했다. 그래서 자주 배고픈 상태였던 것 같다.

 혼자 살기도 쪼들리는 살림이지만 청춘이라 연애를 안 할 수는 없었다. 하긴, 누가 연애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니 그냥 내가 연애를 좋아했다고 해야 옳겠다. 여하튼 나는 연애를 했고 없는 살림에 연애를 하니 주머니는 채워지는 날이 없었다.

 한 번은 돈이 없는 게 화나고 부끄러워 여자친구와 싸우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눈물이 난 건 딱 한 번뿐이지만, 사실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하거나 여자친구와 싸운 일은 몇 차례나 있었다. 아침마다 택시 타고 등교하는 잘 사는 여자친구와 매일 걸어 다니며 학생식당 밥만 먹는 나의 간극은 작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는 참 절절하게 다가왔었다. 그냥 첫 구절부터 심금을 파고들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사람의 감정은 다 똑같다는 것. 때로 돈 많은 사람들은 그런 당연한 사실을 잊곤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마치 감정이 없고 상처받지 않기라도 하는 것처럼 막 대하곤 한다. 

 시의 마지막 구절 또한 인상적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 효도하고 싶은 마음,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이런 마음과 거기서 생겨나는 행위들을 가난하기 때문에 때로는 포기해야 한다는 가슴 아픈 현실. 지금은 정말 돈이 없던 학생 시절보다야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나는 이 시를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故 신경림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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