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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숨을 고르다 – 공황장애 환자의 이야기

by 유송

진료실 문이 열리자,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분이 조심스럽게 들어왔습니다. 겉모습은 평범했지만,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두 손을 꼭 쥔 채로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는 천천히 말을 꺼냈습니다.
“원장님, 제가 요즘 숨이 막히는 것 같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혹시 큰 병이 아닌가 무섭습니다. 병원에서는 검사를 다 해봐도 이상이 없다는데, 그럼에도 계속 이런 증상이 오니 죽을 것 같아요.”


이 환자분은 몇 달 전부터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며, 마치 곧 쓰러질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응급실에 여러 차례 실려가기도 했지만, 심장 검사나 폐 검사는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증상은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혹시 이번에는 진짜 큰일 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환자분께 설명드렸습니다.
“공황장애는 몸에 이상이 생겨서라기보다는 자율신경이 극도로 불안정해진 상태에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두근거림, 호흡 곤란, 어지럼증, 이런 것들이 다 신경계가 균형을 잃으면서 생기는 거예요. 분명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침과 한약으로 시작했습니다. 침 치료는 교감신경의 긴장을 완화하고, 가슴을 옥죄던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 선택했습니다. 한약은 몸 전체의 기운을 보하면서도, 마음의 울체를 풀어줄 수 있는 처방을 사용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불안하지 않도록, 될 수 있으면 예약 시간을 비워두고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환자들 틈에서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환자분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처음 내원했을 때는 침을 맞는 도중에도 눈을 크게 뜨고 불안해했지만, 몇 차례 치료를 거듭하자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어느 날은 환자분이 치료 침상에 누워 있다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원장님, 여기 오면 오랜만에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아요.”

그 말에 저도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환자분은 눈빛이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지하철만 타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서 내려버리곤 했는데, 요즘은 두세 정거장 정도는 견딜 수 있습니다.”
비록 완전한 회복은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큰 변화였습니다. 그는 ‘나는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세 달이 지났을 무렵, 환자분은 더 이상 응급실을 찾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순간이 오더라도 “이제는 죽는 게 아니고, 곧 가라앉을 거다”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진료실에서도 불안한 기색 대신 웃음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치료를 마치던 날, 그는 제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공황장애는 제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제 몸과 마음을 돌아보게 해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어요.”


공황장애는 환자에게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삶 전체를 흔드는 공포입니다. 하지만 그 공포는 반드시 다스릴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아주고, 불안을 이해해 주는 따뜻한 배려가 함께한다면 말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늘 말씀드립니다.
“공황은 병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잘 다스리면, 다시 평온한 숨결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공황 발작이 왔을 때 도움이 되는 방법 3가지

호흡 조절하기 – 코로 천천히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쉬며, ‘내 숨이 내 몸을 안정시킨다’는 생각으로 호흡을 이어갑니다.


자리에서 잠시 멈추기 – 서 있으면 앉고, 걷고 있으면 멈추어 몸을 안정시킵니다. 급히 도망가려 하지 말고, 당장의 안전함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문구 되새기기 – “이 증상은 곧 사라진다”, “나는 안전하다” 같은 긍정적인 문장을 반복하여 마음의 공포를 가라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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