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몸 절반의 느낌이 이상해요 — 균형을 찾아준 한약의 힘

by 유송

흔치는 않지만, 진료실에서는 몸의 한쪽만 이상하다고 호소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팔 한쪽이 무겁고 어색하거나, 다리 한쪽만 시큰거리고 둔한 느낌이 이어지면 사람 마음은 금세 불안해집니다.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없어도 “혹시 큰 병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꼬리를 물지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기혈의 순환이 한쪽에서 막혀 균형이 흐트러진 상태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마다 약재를 세밀하게 조정해, 막힌 곳을 풀고 흐름을 다시 잡아 주는 방향으로 치료합니다.


전통 문헌의 맥락도 있습니다. 보양환오탕은 혈액순환을 강화해 반신부전·감각저하 같은 편측 증상에 응용되어 왔습니다. 저는 이 원칙을 따르기는 하되, 환자에게 꼭 맞게 변형해 씁니다.


첫 번째는 20대 여성 환자였습니다. 신경정신과에서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있었고, 어느 날부터 왼쪽 팔이 자기 것이 아닌 듯 묵직하고 어색하다고 했습니다. 공황 증상과 겹치며 두려움이 커져 “마비가 오는 건 아닌가요?”라는 말까지 나왔지요. 저는 맥상과 체질, 수면과 식사, 긴장 패턴을 세심히 살핀 후, 기혈 순환을 부드럽게 열어 주는 약재를 기본으로 하되, 젊은 체력에서 과도한 자극이 되지 않게 심번(가슴이 조이고 두근거림)과 불면을 달래는 약재를 더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막힌 길을 한꺼번에 뚫기보다 숨 고르듯 서서히 소통시키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약을 복용한 지 몇 주 지나자 팔의 묵직함이 옅어졌고, “몸이 다시 내 편이 된 느낌”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증상이 잦아들자 불안도 자연스럽게 가라앉았습니다.


두 번째는 협심증 이력이 있는 50대 남성 환자였습니다. 오른쪽 다리가 유독 무겁고 시큰거려 걷기가 불편했고, 그 불편이 다시 심장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검사상 급한 이상은 없었지만, 과거력이 있는 분에게는 작은 감각의 변화도 큰 공포가 됩니다. 이분에게는 전자의 환자와 다른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평소 과도한 업무로 피로하니 기운을 보강하는 약재의 비중을 높이되, 다리 쪽의 막힘을 풀어 아래로 흐름이 잘 내려가도록 유도하는 약재를 추가했습니다. 또한 심혈관 약물과의 상호작용·출혈 위험을 고려해 약재의 종류와 용량을 정밀하게 선별했지요. 몇 주 후, “다리가 가벼워지니 호흡도 편해지고 걷는 게 즐겁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쪽의 정체가 풀리자 전신의 호흡과 리듬이 함께 살아난 것입니다.


두 환자의 호소는 ‘몸 절반의 이상함’으로 비슷했지만, 배경과 체질, 약물 복용, 불안의 결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같은 원리로 접근하되, 약재의 강약·방향·배합을 각자에게 맞게 바꾼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 과정을 “지도 위 도로의 제한속도를 그 사람에 맞춰 다시 설정하는 일”에 비유합니다. 어떤 길은 살짝만 막혀도 정체가 심해지고, 어떤 길은 우회로를 열어야 숨통이 트입니다. 이름난 처방 하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처방이 가진 ‘원리’를 환자에게 맞춰 재구성해야 비로소 길이 열립니다.

흔치는 않지만, 몸의 한쪽이 이상한 느낌이 들 때 우리는 보통 두려움부터 느낍니다. 그러나 그 신호는 “지금 내 흐름이 한쪽에서 막히고 있구나”라는 몸의 친절한 안내이기도 합니다. 환자와 함께 그 흐름을 찾아 정리해 주면, 몸은 다시 균형을 기억합니다. 균형을 되찾은 몸은 마음에게도 이렇게 속삭입니다. “이제, 괜찮다”라고.

keyword
월, 화, 목, 금, 토 연재
이전 11화다시 숨을 고르다 – 공황장애 환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