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살 대학생 환자분이 진료실에 찾아오셨습니다. 한참 공부에 열중할 나이, 그런데 얼굴빛이 누렇게 떠 있었습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내과에서 소화제를 처방받아 먹었지만,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맥을 짚어보니 역시 약했습니다. 단순히 위장이 나빠서라기보다, 온몸의 기운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HRV 검사에서는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항진되어 있었고, 피로도 역시 높은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검사지를 함께 보며 차근차근 설명해 드렸습니다.
“지금은 공부 욕심이 있어서 잠도 줄이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멀리 가려면 중간에 꺾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젊을 때부터 건강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지금 소화가 안 되는 것은 위장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이로 보아 그럴 때도 아니지요. 문제는 자율신경이 무너지고, 몸이 너무 피곤해 소화시킬 힘이 없는 데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몸을 관리해야 합니다.”
환자분은 침과 뜸치료를 받으면서 곤히 잠이 드셨습니다. 치료가 끝날 무렵,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얼굴로 일어나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환자분이 자신의 몸 상태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며칠 뒤 환자분은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여전히 소화가 편치 않다며, 이번에는 한약치료를 원하셨습니다. 저는 피로를 풀고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한약을 지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지 않아, 환자분은 만성적인 소화불량에서 벗어났습니다.
저는 그 환자를 떠올리며 늘 생각합니다. 젊음은 몸을 무한정 혹사해도 견뎌낼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몸은 언제나 정직합니다. 빚을 내어 쓰면 반드시 갚아야 합니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욕심을 다잡고,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젊음을 오래 지키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