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잃었던 기능을 되찾는 기쁨

by 유송

칠십오 세 남성 환자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셨습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셨는데, 1년 전 구안와사(안면마비)를 앓은 뒤로 사정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발기는 가능하지만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괴롭다고 하셨습니다. 노년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삶의 활력은 그분께 소중한 의미였기에 이 문제를 무겁게 안고 계셨던 것입니다.


저는 한의학적으로 ‘신(腎)’의 기능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신은 단순히 현대 의학의 콩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비뇨기계와 생식, 나아가 생명 에너지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흔히 사정 불능이나 발기 부전이 나타나면 신장의 허약으로만 접근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단순히 신장을 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리라 판단했습니다.


저는 치료 방향을 세밀히 조정했습니다. 특히 음양곽(淫羊藿)을 평소보다 넉넉히 쓰기로 했습니다. 음양곽은 예로부터 신양을 보하고, 기혈 순환을 도와 생식 기능을 회복시키는 대표적인 약재입니다. 뇌혈관 질환 이후로 흐트러진 기운을 다시 원활히 이어 주는 데에도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분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을 때, 마침내 정상적인 기능이 돌아왔다고 기쁜 얼굴로 알려주셨습니다. 그 웃음에는 지난 1년 동안의 불편과 좌절이 한순간에 녹아내린 듯한 안도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한 가지 기능이 회복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의욕과 자신감이 되살아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몸이 제 기능을 되찾는다는 것은 곧 마음이 다시 빛을 찾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노년의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 나이에 뭘 더 바라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생각합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 삶의 활력은 여전히 지켜내야 할 가치라는 것을. 잘 맞는 치료와 세심한 보살핌이 있다면, 잃었던 기능도 회복되고, 그와 함께 삶의 자신감과 의욕도 다시 피어납니다.


저는 오늘도 다짐합니다. 노년이 단순히 쇠퇴의 시기가 아니라, 다시 한번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두 번째 봄이 될 수 있음을. 그 길을 환자와 함께 걸으며, 작지만 분명한 희망을 나누는 것, 그것이 제가 의사로서 지켜야 할 사명임을.

keyword
월, 화, 목, 금, 토 연재
이전 24화속이 편안해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