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오십의 남성 환자분이 어느 날 진료실에 오셨습니다. 얼굴빛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속이 늘 불편하다며 앉으시자마자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신물이 자주 올라오고, 늘 더부룩하며, 소화가 되지 않는 듯 답답하다는 호소였습니다. 평소 술자리가 잦아 습관처럼 술잔을 들다 보니, 위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듯했습니다.
진맥과 문진을 거듭한 끝에 저는 역류성 위염으로 판단했습니다. 위를 안정시키는 치료와 더불어, 술이 남긴 흔적을 덜어내기 위해 간 해독을 돕는 약을 함께 쓰기로 했습니다. 위와 간은 서로 긴밀히 얽혀 있으니, 두 곳을 함께 보살펴야 회복이 빠르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쯤 되었을 때, 환자분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 이제는 밤에 신물이 올라오는 게 훨씬 줄었어요. 아침도 덜 답답합니다.”
그 말만으로도 제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과정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희망을 줍니다. 저는 다시 한 달을 더 이어가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치료를 멈추기에는 아직 아쉬움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달이 채 되었을 무렵, 환자분은 밝은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오셨습니다.
“이제는 신물 오르는 것도 없고, 속이 더부룩한 것도 없어졌습니다. 소화도 잘 됩니다.”
그 순간, 저는 ‘속이 편안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속이 불편하면 그 즐거움이 고통으로 바뀌고, 우울감까지 덮치기도 합니다. 실제로 소화기 질환 때문에 삶의 의욕을 잃는 분들을 저는 참 많이 만나 왔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박카스나 활명수 같은 일시적인 자극으로 해결될 것이라 믿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불편한 위장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다스려야 삶이 회복됩니다. 한방치료는 그 길을 찾아 드릴 수 있습니다. 속이 편안해지고 밥 한 숟가락이 기쁨이 되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일상이 달라집니다.
저는 오늘도 환자분의 미소를 떠올리며 다짐합니다. 몸이 회복된다는 것은 결국 삶이 회복된다는 것임을. 그리고 그 회복의 길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제 일의 가장 큰 보람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