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 환자분의 팔과 다리에는 붉은 반점이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얀 각질이 겹겹이 일어나 마치 소의 피부를 닮았다 하여 예로부터 우피선이라 불린 병, 바로 건선이었습니다.
환자분은 수년째 이 질환으로 고생하셨습니다. 가렵기도 하고, 하얗게 일어나는 인설 때문에 반팔이나 반바지를 입는 것이 두려웠다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마음을 더 아프게 했습니다. 서양의학적 치료를 받아보았지만 약을 끊으면 다시 심해지고, 장기 복용에 대한 걱정도 커져서 한의원을 찾으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환자의 체질과 병력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얼굴빛이 붉고, 피부가 늘 달아오르는 느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변증으로 보아 혈열(血熱)과 혈조(血燥)가 함께 얽힌 상태였습니다. 저는 청열량혈하고, 건조해진 혈맥을 윤택하게 하며, 순환을 도와 어혈을 풀어내는 방향으로 치료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건선 치료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큰 변화가 없어 환자분도 지쳐하셨습니다. “원장님, 정말 나을 수 있을까요?” 하는 물음에 저 역시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좋아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몸이 바뀌는 과정을 믿고,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간 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증상이 단번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가라앉았다가 다시 도지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환자분은 그때마다 크게 낙심하셨고, 저 역시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치료를 포기할까 고민하시던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왜 나만 이렇게 오래 걸리나요?” 하고 속상한 눈물을 보이시기도 했습니다. 건선은 원래 회복과 악화가 파도를 타듯 오가는 질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환자와 함께 그 파도를 건너는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치료가 석 달을 넘어가자, 붉은 반점의 번짐이 멈추었습니다. 여섯 달쯤 지나자 각질이 얇아지고, 피부색이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열 달이 지나서는 굵직하게 자리 잡았던 병변들이 점차 옅어지며, 마지막 12개월째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눈에 띄는 병변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환자분은 긴 치료 여정 끝에, 드디어 반팔 옷을 입고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장님, 1년이라는 시간이 길었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기다림이었어요.”
그 말씀을 들으며 저도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우피선은 그 이름처럼 완강하고 고집스러운 질환입니다. 그러나 몸의 깊은 곳을 바르게 다스리고, 환자분이 그 과정을 인내하며 따라와 주신다면 결국 변화는 찾아옵니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버텨낸 1년은 단순한 치료의 시간이 아니라, 불안과 시련을 건너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그 시간을 떠올리며 다짐합니다. 몸이 고쳐지는 일은 곧 마음이 회복되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길 위에 의사와 환자가 함께 걸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