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오 세의 남성 어르신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한 손으로 귀를 짚은 채, 얼굴에는 불안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한쪽 귀는 어릴 적 중이염으로 이미 들리지 않는데, 남은 귀마저 윙윙거려서 잠을 못 자겠어요.”
그 목소리에는 놀람과 두려움이 동시에 얽혀 있었습니다.
저는 진맥을 잡고, 이어서 청력검사와 자율신경 검사를 권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좋지 않았습니다. 청력은 떨어지고 있었고, 자율신경도 불안정했습니다. 저는 치료 방향을 조심스레 설명드렸습니다.
“한약으로 체질을 조절하고, 약침으로 귀 주변의 혈류를 개선하면 회복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최소 세 달은 꾸준히 치료하셔야 합니다.”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셨습니다.
“생각보다 비용이 크네요. 나이도 많고… 이명은 그냥 참고 살아야 할까요.”
순간 진료실 안에 길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저는 잠시 말을 고른 뒤, 차분히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이미 한쪽 청력을 잃으셨기에 남은 귀는 더없이 소중합니다. 이명이 오래 지속되면 단순히 귀에서만 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뇌의 청각 중추가 소리를 과도하게 증폭시키고, 신경이 과민화되어 더 크게, 더 날카롭게 들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치료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우선 한 달만 시작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관리하는 것’입니다.”
한참을 고개 숙이고 계시던 어르신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면… 한 달만 먼저 해보겠습니다.”
한 달 뒤 다시 찾아오신 얼굴은 한결 밝아져 있었습니다.
“밤에 윙윙거림이 조금 줄었어요.”
저는 청력검사를 다시 시행하며 꾸준한 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이번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을 믿겠습니다. 계속 이어가죠.”
그 후 어르신은 주 2회의 약침 치료와 체질에 맞춘 한약을 이어가셨습니다. 한약은 몸을 따뜻하게 하여 기혈의 순환을 북돋우었고, 약침은 귀 주변의 뭉친 혈류를 풀어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르신의 표정은 부드러워지고, “잠이 잘 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여섯 달이 지난 어느 날, 어르신은 평온한 얼굴로 제 앞에 앉아 계셨습니다. 청력 보존 지표는 뚜렷하게 개선되었고, 자율신경 검사 수치 또한 안정적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제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다시 고요한 밤을 찾았습니다. 처음엔 돈이 아깝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편안해질 줄 몰랐습니다.”
그날 저는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설득이란 단순히 환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자신의 삶을 되찾도록 이끌어 드리는 일이라는 것을. 어르신의 귀에 고요가 돌아온 것처럼, 제 마음에도 잔잔한 기쁨이 번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