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은 후

by 유송

새 책의 냄새도 좋지만

다 읽은 책의 냄새는 더욱 좋다


새 책의 냄새에 며칠의 공기와

몇백 번의 손짓이 배어

아찔한 미래의 향취가 풍긴다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겨

박은 코 끝에서 피어오르는

망상의 날개


내 뺨을 감싸는 책장은 그 어떤

보습제와 어머니 손보다도 부드럽다

뜨겁게 달아오른 손바닥이

차가운 진실을 만나며 식는다


앞표지의 나는 뒷표지의 나를 만나지 못한다

앞표지에 있던 나

어딘가 먼 곳의 먼지폭풍 속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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