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보노보 찬가> 독후감
흔히 하는 소리 중에 인간도 동물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약육강식과 같은 동물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 으레 이 말을 그러려니 하고 듣는 편이었는데 이 말 속에는 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동물이란 동물은 모두 똑같은가?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 것이다. 개와 고양이가 다르고, 고양이와 새가 다르고, 새와 말이 다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형태상, 종족상의 특징을 떠나 습성상 차이가 있는 동물이 있을까? 그것이 바로 조국 교수가 "인간이여, 이 동물을 닮자!"라고 주장하는 '보노보'이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같은 유인원이며 형태상 인간과 유사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둘의 행동 양상은 다르다. 침팬지가 보통의 '동물(짐승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로서 약육강식의 법칙을 철저하게 따른다면, 보노보는 수직적 서열보다 평등한 문화를 유지하며 무리 내 병자나 약자를 보살피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 조국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정글 같은 대한민국에서 보노보처럼 병자와 약자를 보살피고 수직적 문화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국 교수가 말하는 정글 같은 대한민국은 언제를 말하는 걸까? 지금일까? 그가 말하는 정글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정치영역에서는...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한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음모와 술수, 권력투쟁이 경쟁 정당 사이는 물론, 같은 당 내에서도 죽자 살자 벌어진다.
사회경제영역에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 버는 것이 장땡이 되었다.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라 비용으로 계상되고,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것은 효율을 낮추는 나이브한 사고 또는 사치스러운 발사응로 치부되고 있다.
... 한국 여성의 전반적 지위와 처지는 여전히 취약하다.
이 속에서 아이들도 침팬지로 키워지고 있다. ...아이들은 친구를 밟고 나가야 자신이 산다는 원리를 체득하도록... 서점에는 '어린이 처세술'에 관한 책이 깔려 있다.
과연 여기서 서술된 사회는 2016년일까, 2010년일까? 답을 고를 수 없다면 그것이 바로 MB와 GH라는 두 대통령이 실은 이명박그네라는 하나의 정신이었다는 증거다.
애초에 정치적으로 사회민주주의자인 나로서는 조국 교수의 책이 어느 정도 마음에 들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잘 쓰였다. 글이 무겁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서 화제가 자주 바뀌어 지루함이 덜하고, 그 와중에도 다양한 시와 인용을 통해 고상함을 더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MB정부 때를 비롯해서 촛불집회가 왜 그리 성황인지, 왜 생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이다.
현재와 같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 결합방식으로는 상당수 유권자의 의사는 '사표(死票)'로 처리되고, 이들은 국회 밖에서 의사표시 또는 관철의 방법을 찾게 된다.
그러면서도 조국 교수는 이 촛불집회가 만능도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는 사실 역시 지적했다.
촛불시위가 항상화 되기란 매우 어려우며,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정당의 역할이 촛불시위 준비나 참여로 제한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외에도 구구절절 옳은 말이 참 많은데 이걸 다 소개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요약하자면 MB정부의 '우회전 깜빡이 켜고 정상도로를 이탈해 급격 우회전을 하는' 행보를 조목조목 비판한 책이나, 현재 근혜정부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라 지금 읽어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