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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14. 2016

20대 청년들의 용감무쌍한 자전거 여행기

오민재, <두 바퀴로 유럽일주> 독후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 중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물론 어느 분야에서나 쓸 수 있는 말이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경우 초보자들이 뭣도 모르고 짐을 가득 넣은 배낭을 메고 국토종주를 떠나거나 생활용 자전거를 타고 미시령 같은 고개를 넘을 때 이 말을 한다. 내가 보기엔 <두 바퀴로 유럽일주>를 쓴 저자도, 그 친구들도 딱 이 말에 맞는 사람들이다. 혹시 오해할까봐 덧붙이자면 이들이 무식하다는 비하가 아니라 자전거 해외여행의 어려움을 잘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저자와 친구들은 이십대에 생활용 자전거를 가지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책이 2011년 1월 발행인 것으로 보아 늦으면 2010년 혹은 그 전에 여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여행경로는 상당히 길어서, 스위스를 출발해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을 거쳤다가 스페인에서 끝난다. 여행일수는 80일이고 숙박은 대부분 캠핑으로 해결했으며 식사도 마트에서 산 음식으로 조리를 해 먹는 경우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자전거 여행기와 비교해서 이 책의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 저자는 자전거 수리를 위해 스페인에서 남의 자전거 바퀴와 자신의 바퀴를 바꿔치기도 하고, 베네치아에서는 무임승차를 하기도 한다. 절대 떳떳하지 않은 행위인데 이런 것들을 거르지 않고 적어놓았다.

둘째, 이십대 남자 다섯명이 모여 다녀서 그런지 특유의 치기가 느껴진다. 나도 이십대 남자인 입장에서 치기라는 말을 쓰기는 좀 그렇지만, 별 거 아닌 걸로 투닥거리는 모습이 자주 나와서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셋째, 준비를 잘했다면 잘했고 못했다면 못했다.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공연을 준비해간 걸 보면 준비성이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기차나 버스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고, 지도 한 장 없이 그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고속도로나 산길로 들어가는 장면도 심심찮게 나오는데 사실 굉장히 위험한 짓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리라고 추천하기는 어렵다(따라하기엔 솔직히 무모한 면이 많다). 하지만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해서 지레 겁 먹고 포기하기보다는 일단 가서 부딪혀 보자고 생각한 정신과 용기만은 그 어느 여행자보다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내년쯤 자전거로 미국이나 쿠바 등을 여행할 생각을 갖고 있는데, 벌써 자전거 준비부터 머리가 아파오지만 이들의 무모한 도전 정신에 살짝 자극을 받았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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