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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10. 2016

지금보다 나은 직업을 찾고 있다면

로먼 크르즈나릭, 인생학교 <일> 독후감

얼마 전, 선배의 의원에 놀러 갔었다.(*나는 한의사지만 아직 한의원은 하고 있지 않다) 원래도 환자가 많은 편이지만 그 날 69명의 환자가 왔는데 거의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정신없이 선배의 뒤를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 새 문 닫을 시간이었다. 오후 7시가 다 되어 의원을 나와보니 발바닥도 뜨겁고 무릎도 아프고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이런 생활을 매일 해야 한다고? 솔직히 말해 회의감이 들었다.

정말 이렇게 힘들고 지루한 일이 내 평생 직업이어야만 할까?

내가 직접 치료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 날의 참관은 '힘들고 지루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목, 어깨, 허리, 무릎의 통증을 호소했고 선배가 하는 치료는 상당히 가짓수도 많고 노력도 많이 들어갔으나 반복적이었다. 묻고, 답하고, 치료하고, 끝.


구체적인 문제는 접어두고서 내가 이 이야기를 서두에 넣은 것은 많은 사람들, 조금 과장을 보태면 '누구나'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인의 경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양인은? 아니, 범위를 좁혀서 한국인은? 아마 절반을 넘으면 넘었지 그보다 적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다들 자기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그걸 계속하고 있는 걸까?

사실 나는 한의사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자전거 선수, 락밴드 드러머, 소설가, 여행작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한의사보다 분명히 그것들을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쉽사리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돈과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고, 그로 인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을 얻었기 때문에 불안정한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학교:일>은 그런 이들을 위한 실전적 안내서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따져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어떻게 다른 직업으로 '건너갈' 수 있을지 정말 구체적으로 안내해준다. 이 책에서 던져주는 질문에만 성실히 답하더라도 당신은 정말 직업을 한 번 바꾼 것만큼이나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내용을 다 소개하기엔 그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가장 먼저 '당신은 언제 이 진로를, 왜 결정하게 되었는가?'

내가 한의사라는 직업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내가 아팠는데 아무리 병원을 다녀도 (서양의학으로) 낫지 않던 것이 한의원을 다니면서 나았고, 그다음 내가 좋은 성적으로 아쉬움 없이 갈 수 있는 학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곳들을 보자.

첫째, 직업을 고등학교 3학년 때 구체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점은 고등학교 3학년은 실제 직업 세계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교사, 의사, 변호사, 자동차 세일즈맨, 입시학원 강사 등이 얼마를 벌고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며 어떤 대우를 받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는가? 전혀 아닐 것이다. 그나마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직 수입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을지 몰라도 그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공부를 하고 나중에 몇 시간을 일해야 하며 어디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즉 실제적으로 그 직업인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필수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한의사에 대해 전혀 구체적인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성적도 되고 주변에서 좋은 직업이라고 하니 좋은 줄로만 알았다(←이런 멍청이!)

둘째, 성적에 맞춰서 학과를 고려했다.

이건 우리나라만의 특징일지 모르지만 확실히 우리나라 학생들은 성적에 맞춰서 학과를 선택한다. 이과 최상위 학생들은 의학계열, 문과 최상위 학생들은 법학계열로 진학하는 것이 수십 년간 정석이었다.(중간에 의전원과 로스쿨이 생기며 약간의 변동이 있었으나 학부모 선호도는 그대로였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수학 과학 성적이 좋은 사람들은 무조건 의사 직무를 선호할까? 게 중에는 사람 몸에 바늘을 찌르거나 냄새나는 입 안을 들여다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텐데, 성적 높은 학생치고 의학계열로 진학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것은 그간의 공부에 대한 보상으로 미래의 수입을 보장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뭔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주입된 교육을 바탕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그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에 깊이 뿌리내린 과거가 정해준 제한된 직업의 길을 걸어간다.

애초에 나는 이과에 진학하면서 법학과나 경영학과, 국어국문학과 등에 대해서는 1초도 고려하지 않았다. 이과 문과의 선택조차 인문대와 공대의 취업률을 보고 결정하는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상, 애초에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직업을 고르기는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 나 역시 한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그렇게 만족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직업을 쉽사리 바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직업을 바꾸려고 했을 때의 장애물들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직업을 바꾸는 데 따르는 가장 커다란 세 가지 두려움은 무엇인가?

내가 한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한다고 생각했을 때 두려운 것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집안의 기대가 무너지는 것

2. 여태까지 학교를 다니느라 들었던 시간과 돈이 아까운 것

3.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는 한의사만큼 돈을 벌 수 없을 거라는 걱정

그중에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역시 세 번째, 그러니까 '돈'이다.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돈을 무조건 천한 것, 멀리 해야 할 것으로 여기고 기피할 수는 없다. <인생학교:일>에서도 거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 선택의 요인 중에서 '돈'이 누구에게나 최상은 아니며, 유일한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직업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다섯 가지 측면으로 첫째는 ‘돈’을 버는 것 / 둘째는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 / 셋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 넷째는 ‘열정’을 따르는 것 / 다섯째는 ‘재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직업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다섯 가지 요인 중 한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할 때 잃는 것은 '돈' 하나뿐이다.(생각하기에 따라 '지위'도 해당될 수 있겠다)

한의사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인 자전거 선수와 락밴드 드러머에 대해 생각해보면 실은 이 둘 모두 내가 직업인이 되어 남들보다 잘하기에는 재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을 한의사 대신 택한다면 내 '열정'은 부족함 없이 바칠 수 있겠지만 '돈'도 많이 못 벌고 사회적 '지위'도 없으며 딱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지도 않고 '재능'도 없다. 그저 '열정'만으로 선택하는 직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떤가? 막연하게 그려왔던 직업 교체의 꿈이 냉정한 판단 아래 그 환상적인 겉옷을 벗어던지는 게 보이는가?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중간에 어떤 내용이 나오고 당신이 어떤 충격을 받든 간에 이 책은 명백히 당신이 더 나은 직업을 찾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책이다.

당신은 과거의 '선택과목(우리나라로 치면 이과 문과 계열 선택쯤 되겠다)' 때문에 잘 알지도 못했던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더 잘 맞는 직업은 없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만약 해 보고 싶은 직업이 있다면 어떻게 굶지 않고도 도전을 하고 또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정말 친절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도 <인생학교:돈> 편과 같이 마찬가지로 추천한다. 직업을 가진 모든 이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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