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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로 Aug 03. 2020

맺음말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꾸준히 글쓰기를 할 거라고 믿지 않았다. 시작만 하고 멈춘 일이 하도 많아서, 브런치 연재가 비슷하게 끝이 나더라도 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나고, 어느덧 에필로그를 올리고 있다. 글쓰기는 내가 하다가 만 많은 일 중 가장 절박하고 소중한 무언가였나 보다.


글을 쓰면서 내 작문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예전엔 그럴 때마다 글쓰기를 멈추길 택했지만, 이젠 그래도 계속 쓴다. 계속 써야 뭐라도 나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글도 그렇게, 매일 아침마다 조금씩 조금씩 썼다. 출근 전,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썼다. 뭐라도 쓰고 나온 날은 그러지 않은 날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글쓰기를 멈추고 싶을 땐 왜 쓰기 시작했는지를 떠올렸다. 나에 대해 쓰고 싶었다. 나만이 주목해주는 내 모습, 나를 살아가게 하는 순간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미래의 나에게, 혹은 또 다른 사람에게 내가 힘들었던 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를 나누어 주고 싶었다. 내 글이 우울하고 힘들 때 꺼내볼 수 있는 비상용 키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상처를 봉합해줄 수는 없어도 다시 괜찮아질 때까지 버티게 도와주는 반창고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 말하다 보니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같기도 하다.


개인 SNS에 '정답이 필요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살다 보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많지 않고,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안하니 차라리 정답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 글에 이렇게 화답해주고 싶다.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용기 내서 내 삶을 써 내려가자. 답안이 만료되면 다시 갱신하면 그만이니." 사는 동안 조금 불안하고 두려운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글 역시 내가 삶에 대해 써 내려간 주관식 답안지와도 같다. 채점지 같은 건 따로 없다. 다만 이건 지금의 내가 작성한 답안이기에,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답안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번 풀어본 문제니, 그다음은 좀 더 쉬울 거라고 기대해본다. 나 자신을 더 좋아해 보고 싶어서 썼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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