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눈치만 볼 것인가

<눈치 사용 설명서>

by 김세로

<눈치 사용 설명서>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눈치라면 이미 충분히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뒤로 버튼을 클릭하려던 당신! 이 책은 바로 그런 당신을 위한 책이다. 어디 가서 눈치 없다는 소리는 안 듣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면 '괜히 폐만 끼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옴짝달싹 못하는 나를 위한 책이기도 하고.


삭막한 회사의 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있다. 업무 외적인 잡담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는 사람, 일을 부탁하거나 거절할 때 상대방을 미안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 생일이나 중요한 일정을 기억했다가 지나가듯이 언급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뛰어난 말재주? 다른 사람의 얼굴과 이름과 기념일을 줄줄 외우는 기억력?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친화력? 하나같이 ‘외향적인 사람’의 전유물이자 나와는 다른 세계 이야기 같기만 하다.


하지만 <눈치 사용 설명서>에서는 회사 로비를 두리번거리는 낯선 사람을 보고 '도움이 필요한가?'라고 생각하는 눈치만 있으면 '배려의 소질'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미국과 일본에서 회사 생활을 경험한 저자는 문화의 차이로 인해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배려의 중요성을 깨닫고 '눈치라는 벽'이라는 개념을 체계화했다. 핵심은 자기 마음속의 벽을 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속에도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 벽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때 참고로 삼아야 할 기준은 '내가 겪었을 때 좋았던 기억이 있는지'다.


내가 겪었을 때 기분 좋았던 일을 누군가에게 하는 것은, '나의 과제'입니다.그리고 그 배려를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의 과제'입니다(p.29)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상대에게 '없는 것(無)'이나 마찬가지입니다(p.30)


평소 선물을 주기 전에는 '쓸데없는 물건만 늘리는 건 아닐까', 감사 인사를 하기 전에는 '괜히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시달리는 편이다. 우물쭈물하다가 선물을 주거나 감사 인사를 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번역을 하던 중 생일을 맞이한 나는 한 사람 건너서 생일 선물을 받았다. 평소 같으면 (한 사람 건너서 선물을 준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해) 중간에 낀 사람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했겠지만 번역하면서 읽은 내용이 떠올라 다같이 만났을 때 직접 고맙다고 말했다. 말하고 나니 고민한 것이 무색할 만큼 마음이 가뿐해졌다.


'아니, 겨우 그런 일로 고민한단 말야?'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겨우 그런 일로' 고민한다. 그것도 꽤 오래, 심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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