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부터 엔딩까지 생생한 어휘로 이야기 쓰는 법>
출판계는 불황에 허덕이지만 이야기의 힘은 건재합니다. 웹소설 시장이 커지고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 드라마, 영화가 안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작가’는 특별한 사람만 꾸는 꿈이 아닌 모두의 꿈이 되었습니다.
‘매일 사람들과 대화하고 SNS에 글도 올리는데 소설 좀 못 쓰겠어?’ 호기롭게 도전하는 이들을 막아서는 것이 있습니다. 기승전결로 대표되는 플롯? 술술 읽히는 문장? 아닙니다. 글보다, 문단보다, 문장보다 작은 단위인 ‘단어’입니다.
친구와 대화할 때는 “오늘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서 기뻤어”라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주인공의 감정을 한 단어로 정의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주인공에 대해 ‘보여주지’ 않고 ‘말하는’ 표현이 쌓이다 보면 독자는 싫증을 느낍니다. 독자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스스로 판단하고 싶은데 목줄을 쥔 작가가 주인공과 이야기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니까요. 따라서 작가는 ‘기쁘다’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기쁘다는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첫 문장부터 엔딩까지 생생한 어휘로 이야기 쓰는 법>은 단순히 아는 단어의 수를 늘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감정 표현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PART 1 ‘이야기에 파동을 일으키는 감정 표현’을 보면 희로애락은 물론이고 놀라움, 자기혐오, 갈등, 실망과 같이 이야기에 극적인 요소를 더하거나 이야기의 전개를 비틀 수 있는 감정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장은 감정에 뒤따르는 육체적 & 정신적 반응(PART 2 이후는 표제와 관련된 다양한 표현)과 각 어휘를 이야기에 적용할 때 알아 두어야 하는 요령인 CREATOR’S FIL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휘 사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CREATOR’S FILE이 꽤 알차다고 느꼈습니다.
독자가 작품을 통해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어둡고 혼란스러운 사건이나 미스터리, 공포에서 해방될 때 나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밝은’ 장면만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긴장이나 두근거림도, 책장을 덮고 나서 느끼는 만족과 쾌감도 얻을 수 없습니다. (중략) 어두운 부분이 어중간하면 밝은 부분의 효과가 옅어집니다(p.135)
‘외국인 저자가 쓴 어휘 사전이 유용할까.’ 그런 의구심을 한 번도 가진 적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따라서 저자가 전하려는 의미는 유지하되 새로 쓴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한국어 사용자에게도 충분히 도움 될 만한 어휘 사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다만 이 책의 저자는 쉬운 단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낯선 단어는 지양했습니다.
옮기는 내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사람에게도, 슬럼프에 빠져 의욕을 잃은 이에게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