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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로 Dec 03. 2019

11월 이달의 세로책장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오후, 웨일북, 2019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자마자 덥석 집어 들었다. 전작인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재미있게 읽어서였다. 저자의 관심사는 질소 비료부터 단위, 플라스틱, 성전환 수술, 우주과학, 빅데이터, 기상학에 이르기까지 분야 간의 선을 가뿐히 넘나든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책에만 실린 '8장 살아 있는 해커들의 밤'이 흥미로웠다. 주제면에서나 난이도면에서나 이 정도는 종이책에 넣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배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대화를 나눈다'는 마음가짐으로 한 챕터씩 읽기를. 물론 한 챕터만 읽고 책을 탁 덮는 건 쉽지 않겠지만.




<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7


일본문학을 즐겨 읽는다고 말하면 으레 돌아오는 질문. "히가시노 게이고 좋아하세요?"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즐겨 읽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표현하자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정도?


영상 준비 때문에 이 책의 표제작을 읽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표제작만 읽는다는 게 정신을 차려보니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고 있었다. 난해한 책 사이 페이지 터너를 찾는다면 추천.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제인 마운트, 진영인 옮김, 아트북스, 2019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의 '책더미'를 세 배로 늘리는 것이다. (p.9)


'책 초상화'와 글이 어우러진, 독서 생활의 길잡이가 되어 줄 책. 표지에 그려진 책더미가 낯이 익은데,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저자가 표지를 새롭게 그렸다고 한다.


청소년 소설, 컬트 고전, 미스터리, 전기 등 장르별 책 소개가 실려 있어 독서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다. 또 사랑받는 서점, 가보고 싶은 도서관과 같은 챕터는 앞으로의 여행 코스를 한층 풍성하게 할 것이다.




<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이소담 옮김, 현대문학, 2019


일본의 4인조 록 밴드 'SEKAI NO OWARI'의 멤버인 사오리의 데뷔작. 왕따를 당하던 여중생 나쓰코가 한 학년 위의 선배이자 노력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쓰키시마를 만나 록 밴드를 결성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사실 방황의 원인은 단순한 무기력증이 아니라 ADHD와 공황장애였다)


주인공인 나쓰코는 작가인 사오리를, 쓰키시마는 SEKAI NO OWARI의 보컬 후카세를 많이 닮았다. 사실 <쌍둥이>는 실제 밴드 멤버가 밴드 결성 과정을 이야기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쓰키시마의 "네가 있을 곳은 내가 만들 테니까."라는 대사도 실제로 후카세가 사오리에게 한 말이라고.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이영래 옮김, 더퀘스트, 2018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를 읽고 빅데이터에 대해 더 알고 싶어져 고른 책. 구글 트렌드를 통해 수집한 검색어 데이터를 중심으로, 데이터 세트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밀한 고민을 문장의 형태로 검색창에 입력한다고?' 소소한 의문이 들긴 했지만 포인트는 방대한 양의 구글 데이터가 갖는 가능성에 있다. 구글 엔그램도 궁금했는데 구글 엔그램에 대한 설명은 한 페이지 남짓에 불과하다. <빅데이터 인문학>과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를 추가로 읽을 계획.


결론이 압권이다.




<게잡이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황봉모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 1920년대 게잡이 공선에서 자행된 노동자 인권 유린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이름 없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제국주의와 결탁한 자본주의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파업에 나선다.


법망의 사각지대를 노리는 대기업, 노동자 그룹 간 경쟁 붙이기, 대중문화(작중에서는 변사)를 이용한 세뇌 등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문제들이 입안을 쓰게 만든다.


게잡이 공선은 '공선(공장선)'이고, '항선'이 아니다. 그러므로 항해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20년 동안이나 매어 놓은 채로 있어, 침몰시키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비틀거리는 '매독 환자'와 같은 배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겉에만 화장을 짙게 하고 하코다테에 돌아왔다. (pp.52~53)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2019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도 그렇고 이런 타입의 책들은 술술 읽히면서도 다 읽고 나면 괜히 뿌듯하다. 대단한 분해 과정 없이 포도당 캔디처럼 즉각적으로 뇌에 꽂히는 지식들. 남들에게 아는 척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거대 담론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 지쳤다면 가끔은 이런 책들로 기분 전환하는 건 어떨는지. (까는 것 같지만 난 이런 책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업무와 일상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 Notion>, 이해봄 & 전시진, 제이펍, 2019


에버노트 유저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관련 책을 몇 권씩 사서 볼 정도로 에버노트에 빠져 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안을 찾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노션(Notion)이었다. 실제로 에버노트에서 노션으로 갈아탄 유저들이 많기도 하고. 얼핏 난해해 보이지만 워드프레스의 구텐베르크 에디터를 써본 적이 있다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맨 위의 사진도 사실 노션에서의 작업물을 캡처한 것이다. 시험 삼아 2019년 독서 리스트를 쭉 정리해봤는데 키워드나 별점을 기준으로 정렬하거나 보기 방식을 변경할 수 있어 여러 모로 유용하다. 다른 페이지의 데이터베이스를 불러오는 기능(단순히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두 데이터베이스 간 연동이 가능하다)도 자주 활용할 듯 싶다.




<재즈 잇 업>, 남무성, 서해문집, 2019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부럽다고 생각한다. 음과 음 사이를 노닐며 스캣을 구사하는 재즈 싱어들에게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재즈알못'인 내가 재즈 입문서로 선택한 <재즈 잇 업>은 재즈 역사 100년을 만화로 그려 낸 책이다. 물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외국 이름이 낯선 건 사실이지만, 책 속의 재즈 음악을 하나씩 찾아가며 들으니 재즈라는 장르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에 음식점에 갔는데 <재즈 잇 업>에서 소개한 음악(듀크 조단의 'No Problem'이었다)이 흘러 나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저자의 또 다른 책인 <재즈 라이프>도 읽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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