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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로 May 13. 2024

번역가의 노션 포트폴리오

번역서가 나오면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노션 포트폴리오 만들기’였습니다. 갤러리 뷰 기능을 활용해 번역서 표지를 가지런히 늘어놓으면 나라는 번역가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한눈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노션 포트폴리오 아카이브에는 마케터와 개발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번역가의 노션 포트폴리오에는 무엇이 들어가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번역가라는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다 보니 포트폴리오의 윤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


노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목적부터 생각해 봅시다. 취직이나 이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취직과 이직 자리에 ‘일’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거의 모든 노션 포트폴리오의 목적이 될 것입니다. 좀 더 범위를 좁혀서 나에게 맞는 목적을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히 회사에 제출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면 아직은 이력서를 요구하는 회사가 많아 노션 포트폴리오가 이력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신입이라면 특히 더).


이력서와는 별개로 협업 툴 활용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영상이나 웹 사이트처럼 이력서에 담기 힘든 형태의 작업물을 보여주기 위해서? 업데이트가 잦은 블로그 글이 주요 콘텐츠라 수정할 일이 많아서?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 정도로만 좁혀도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예 다른 갈래도 있습니다. 나를 고용할 사람이 아니라 동종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것입니다. 프리랜서 출판 번역가인 제가 만드는 노션 포트폴리오는 이쪽에 가깝겠네요.


따라서 명함을 만들 때부터 제가 구매해 둔 도메인(serobook.com)으로 연결되는 QR 코드를 넣었습니다. 도메인 포워딩 서비스를 이용하면 도메인 주소를 입력했을 때 연결되는 페이지를 지정할 수 있는데요. 얼마 전까지는 제 브런치를 연결했다가 지금은 노션 포트폴리오로 이동하게끔 설정했습니다. 도메인을 구매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링크트리도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이력서 하면 떠오르는 항목들이 있습니다.


사진

인적사항(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학력 및 경력

능력(컴퓨터 활용 능력, 어학 능력 등)


하지만 노션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와 다릅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없애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습니다. 보여주는 방식도 다양합니다. 저는 인적사항 중에서도 이름만 넣었습니다. 번역서를 본명으로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력서처럼 ‘이름: 송해영’ 하는 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번역가는 번역한 책이 곧 경력입니다. 제목과 띠지 문구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서점 페이지 링크를 걸어 놓으면 발췌문으로 그 사람의 번역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편집자의 윤문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독자 리뷰를 통해 고객의 평가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진, 학력, 자격증 등은 배제하고 번역서 목록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습니다.


각 번역서를 선택하면 역자 후기를 볼 수도 있습니다. 노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페이지 안에 다른 페이지를 넣을 수 있는 트리 구조입니다. 기존 이력서와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포트폴리오에 넣을 내용에 중요도를 매긴 다음 중요도가 비교적 낮거나 메인으로 내세우기에는 너무 긴 내용은 하위 페이지에 넣으면 한층 더 풍성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번역한 책만으로 제 관심사를 모두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쓴 기획서(옮기고 싶은 책)와 간단하게 정리한 관심사(옮길 수 있는 책)를 넣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올린 기획서가 실제 번역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좋겠네요. 마지막으로는 브런치에 올린 글 가운데 글쓰기나 번역에 관한 단상만 가져와 제 번역관을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엇으로 볼 것인가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대부분 컴퓨터나 태블릿 PC를 이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스마트폰’이라는 옵션이 추가됩니다. 반응형 디자인인 노션은 기본적으로 모든 환경에 대응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더’ 깔끔하게 보이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스마트폰 한 마리 토끼만이라도 잡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QR 코드는 대개 스마트폰으로 스캔하고, 포트폴리오를 링크할 브런치도 컴퓨터보다는 휴대폰으로 더 많이 볼 테니까요.


다만 이력서나 공적인 메일에 노션 포트폴리오를 링크할 계획이라면 보는 사람은 회사 컴퓨터로 노션 포트폴리오를 열 일이 많겠지요. 이때는 높은 해상도에서도 허전해 보이지 않도록 내용 배치에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마무리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모두 넣었다면 디자인 요소도 고민해 봅시다. 첫 번째 단계는 대표색 선정입니다. 나 자신을 브랜딩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표색을 골라 봅시다. 저는 신뢰감이 느껴지면서도 너무 딱딱한 느낌은 들지 않는 ‘민트색’을 골랐고 과거 번역 수업을 듣는 동안 명함을 만들었습니다(밑그림만 제가 그리고 인디자인 작업은 크몽에 의뢰했습니다).



따라서 노션 포트폴리오도 민트색을 주색으로, 채도만 조절한 회색을 보조색으로 정했습니다. 색채 감각이 전멸에 가깝다 보니 한 페이지에 색깔을 세 가지 이상 쓰는 것은 크나큰 도전입니다(…)


주색과 보조색을 커버 이미지와 아이콘에 적용하면 통일성을 줄 수 있습니다. 이미지 편집에 서툴다면 ‘커버 변경→이미지 or Unsplash’를 통해 기존 이미지를 넣을 수 있습니다.


노션 웹사이트 제작 사이트인 우피를 이용하면 배경 이미지를 넣거나 스크롤바 색을 바꾸거나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기능을 넣으면 손쉽게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노션을 선택한 의미가 퇴색되겠지요. 뭐든 ‘적당히’가 중요합니다.


저는 제일 마지막에 페이지 최상단으로 이동하는 블록만 추가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노션은 페이지뿐만 아니라 각 블록에도 링크가 존재합니다. 블록 앞에 뜨는 여섯 개짜리 점을 누르면 나오는 ‘블록 링크 복사’를 선택한 다음 원하는 문구에 연결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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