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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로 Oct 06. 2024

이상한 찻잔

2/30


획수가 많고 복잡한 한자를 보면 기분이 좋다.


굳이 표현하자면 약이나 ASMR에 의존하지 않고 몽롱하게 잠드는 순간을 30분의 1로 희석한 느낌이다. 비행기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지는 순간은 50분의 1로 희석하면 되겠다.


문장 사이에 섞여 있을 때는 아무렇지 않다. 한자 한 자 한 자에 집중하는 것보다 글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한자일수록, 이런 글자가 굳이 필요한가 싶은 한자일수록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수다스러울 절(龍×4)'처럼 같은 글자가 반복되는 한자는 감흥이 덜하다.


ガチャで手に入れた漢字湯呑みフィギュアがムズすぎて読めない


그러다 보니 이 찻잔의 존재를 알자마자 갖고 싶어진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자 자격증 공부 요령이나 한자 관련 게임 플레이를 올리는 유튜버 '아비(あび)' 님의 영상이다. 난독 한자나 방언 한자를 찾아다니는 브이로그도 재미있다. 복잡한 한자에 가슴 뛰어 없는 사람이라면 '이건 뭐' 싶겠지만.


그리고 이번 일본 여행에서 발견했다. 이상한 찻잔을.



엄마가 동생과 제부에게 소고기를 구워 주고 싶다고 해서 다 같이 동네 마트로 향했을 때였다. 장보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약국 매대에 놓인 인공눈물과 서점을 흘끗거리던 내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 영상에서 본 피규어를 그대로 키워 놓은 찻잔이었다. 나중에 제부에게 듣기로는 일본 초밥집에서 흔히 있는 찻잔이라고 한다. 일본인의 눈에는 별것 아닌 찻잔을 사고서 희희낙락하는 내 모습이 신기해 보였을지도.


다음 목표물은 아기자기하게 디자인된 중국 주기율표 굿즈다. 혹시 발견하면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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