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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형박사 Aug 16. 2018

시들은 카네이션

<기대하지 않는 삶>

연휴 끝이라 제주 공항은 붐비고 있었다. 시간에 쫓겨 가는데, 그 할머니의 처연한 모습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공항 경찰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시도하지만 잘 안되는 모양이다.

겁에 질린 표정, 움푹 파인 눈엔 눈물도 말랐다.

어버이날이 사플도 지난 카네이션도 말라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찌든 눈가엔 온 세상을 원망하듯 지친 핏발이 서있다.


두고 간 자식을 원망하겠지, '어떻게 키웠는데' 분통이 터진다.

북받치는 설움을 못 견뎌 자살하는 노인도 있다.


이게 한국 노인의 안타까운 현 주소다.


거기에 비해 일본 노인은 '깨끗히 죽기 위해' 자살한다.

사랑하는 가족, 친지에게 사경을 헤매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것,

갑자기 중풍이라도 와서 식물인간으로 중환자실에 몇 해를 있게 된다면 그 지겨운 부담을 자족에, 사회에 지게 할 순 없다.

품위를 남기고 가겟다는 것이다.


한일 정신학회에서 일본 학자의 다음 이야기도 참 인상 적이었다.

효? 아이들이 잘 해준다면 더 없이 고맙겟지만 안한다고 서운해 하진 않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낳고 기른 은공을 어릴적에 이미 다 갚지 않았겠느냐.

방긋방긋 웃고, 서고,걷고, 그리고 말 한 마디 익힐 적 마다 얼마나  경이로웠던가.

대단한 감동이었다.

녀석이 피는 재롱에 온 식구가 둘러 앉아 박수치고 웃고, 에비는 비디오를 찍고 모두들 얼마나 행복해 하였던가.


이 보다 더 소중한 기쁨이 또 어디 있을까.

녀석이 가방을 메고 학교가는 뒷모습, 얼마나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던가.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큰 보람이었다. 


뭘 더 바래? 그만하면 됐다. 갚고도 남는다. 낳아주신 은혜라지만 좀 큰 틀에서 볼 수도 있어야 한다.

'인간은 울면서 태어난다' 고 한 선현의 뜻도 생각해 보자. 아이의 인생이 장미빛 만은 아니다.

이걸 아이가 바란것도 아니다. 그래도 아이는 온갖 기쁨을 다 주었다.

사랑은 되돌아 오길 바라지 않는것. 사랑은 빛이 아니다.

아이는 빚쟁이도아니요 노후 보장용 보험도, 투자도 아니다. 


아이에게 배푼 사랑은 내가 그러고 싶어서 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행여 서운한 기분이 한결 덜 할 것이다.

아이들이 잘 해준다면 덤으로 생각하고.


 인도의 거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우리로선 좀 서운도 하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우리와는 저혀 다르다.


베풀면 베푼 사람에게 드만큼 좋은 일이 생긴다. 고로 준 사람이 오히려 감사를 해야 한다.

제 기분 좋아서 하는 일에 ㅐㄴ가 무슨 감사를? 이게 인도 거지의 생각이다.


 스페인 거지는 한 수 더 뜬다. 아주 거만하다. 줄테면 주고 말테면 말아라.

아주 베짱이다. 모자만 벗어 놓고 자기는 나무 그늘에서 낮남을 즐긴다.

죽는 시늉을 해야 겨우 돌아보니가 하는 우리 거지 신세와는 너무 딴판이다.



베풀되 바라지 말아야 하는 건데 괜히 다 주어버렸다고 뒤늑제 후회다.

요즘은 우리 연배의 풋 영감들이 모이면 이런 타령이 단연 화두다.

며느리가 괘씸하다는 불평도 더러는 있다.

'어떻게 키웠는데, 자기가 딱 차지하고선.....'

그게 누구 돈인데? 이말 까지 하고 싶지만 참는게 역역하다.


아직 갈 길은 먼데, 생각하면 아찔한 기분도 든다.

효를 믿을 수도 없고 국가, 사회,누구도 나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누구를 믿을 수도 없고 믿어서도 안된다. 자기 인생 자기가 책임 질 수 밖에 없는 가혹하고 어두운,

참으로 무거운 현실 앞에 우린 서있다.


그걸 인정하자.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찌 이럴 수가?

낯선 대합실에 엄마를 남겨두고 혼자 비행기에 올랐을 그 젊은이의 가슴에도 사람의 심장이 뛰고 있엇을까?


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이 말라 빠져도 그 젊은이 가슴엔 피가 흐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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