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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형박사 Sep 14. 2018

젊은 이여 , 두루 넓게 숲을 보라

요즘 사람들의 사고 패턴은 즉흥적이고 단편적이다.


    

『다음 칼럼은 90년대~ 00년대 이시형 박사가 젊은이들에게 보냈던 이야기입니다. 약 20년의 시간이 지나고, 그때의 젊은이들은 4-50대의 중년이 되었고, 이제 다시 새로운 20대의 젊은이들이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려고 합니다.  지난 이야기를 읽으며, 그때에 비해 지금은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발전했는지, 어떠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였는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      


  

핸드백을 날치기당한 아가씨. 행여나 싶어 핸드백 속의 자기 휴대전화로 전화를 해봤다. 범인이 받았다. 아가씨는 상냥한 목소리로 데이트 신청을 햇다. 우리 이렇게 만나 것도 인연인데 만나보면 서로 통하는게 있을 거라는 등 수다를 떨면서. 범인이 선뜻 응해 왔다.

 난감하게 된 건 신고를 받은 형사 였다. 범인이 정신 나간 사람 아니고야 나올 리가 없지,. 하지만 신고를 받은 이상 안 나갈 수도 없고, 반신반의하면서 약속한 다방 아가씨 옆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그 청년이 나타난 것이다. 핸드백을 들고, 세상에 이럴수가.....  형사 생활 10년에 이런 횡재도 처음이다. 손 하나 까딱 않고 범인을 체포했으니 말이다. 정신과를 찾은 건 그래서다. 모자라거나 돌았거나 둘중 하나겟지.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멀쩡한 청년이었다. 도대체 이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앞뒤 상황을 고려하면서 전체적으로 조금만 신중히 생각했더라면 그가 현장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요즘 사람들의 사고 패턴이다. 즉흥적이고 단편적이다. 이것저것 종합적으로,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 그런 훈련도 안돼있고 또 그럴 여유도 없다. O.X 식 교육, 즉답을 요구하는 TV 퀴즈, 크게 멀리 보는 기본적인 훈련조차 안 돼 있다. 폭넓은 사고, 창의적 교육을 위해서다. 

 요즘 신문마다 논술고사 특집을 하고 있다. 고액 전문 과외도 등장했다. 한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한심하다. 대입 준비를 하는 젊은 이에게 어쩌면 이렇게 유치한 걸 가르펴야 할까. 초등학생 일기 쓰는 훈련같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온통 단편적 사고 일색으로 돼가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조망을 하는 안목이 없다. 

모든게 그때그때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해도 그걸 다 기억해 두었다가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다. 쉽게 잊어 버린다. 삼류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국민들의 단편적 사고로 인해 그의 행적 전체를 따지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기꾼이 설치는 것도, 사이비 종교가 창궐하는 것도 마찬가지, 쉽게 넘어간다.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고 논리적, 쳬계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없다. 똑같은 수법의 금융사기가 먹혀드는것도, ‘높은 이자’ 라는 그 달콤한 미끼에만 현혹될 뿐 앞뒤 상황을 따져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뭐가 하나 된다하면 우르르 몰려드는 통에 결국 다 망한다. 추석 귀성방송이 오히려 체증을 부재질 하는것도 그래서다. 국도가 여유있다는 방송과 함께 모두 그리로 몰려든다. 어느시간대가 한가하다는 방송만 믿고 가다간 낭패당하기 있쑤다. 조금만 융통성 있게 생각할 수 있다면 이런일은 벌어지지 않을 텐데, 전혀 상반되는 두 가지 생각에도 모순을 못 느낀다. 

 심지어 생각 따로, 감정 따로다. ‘혼자 걸으니 쓸쓸하네요’,‘노래를 부르는 저 가수의 표정좀 보소. 생글생글이다. 백코러스도 박수를 치며 신이 났따, 신이 나기로는 청중도 마찬가지. 이쯤 되면 정신과 진단 기분으로는 정신분렬병이다. 실연을 하고 혼자 쓸쓸히 걷는 여자가 미치지 않고야 어찌 이렇게 즐겁고 신이 날 수 있딴 말이냐. 거기다 ’짜라랏짜‘ 라는 후렴 까지 


 네티즌 용어를 듣노라면 현기증이 난다. 단어마저 쪼개쓴다. 약어,약자,신어조작증(新語造作症:참고로 이건 정신분열병의 중증 증상이다)에 이르기 까지. 스파이들 암호 같다. 생략, 신속, 편리 등 디지털 세대의 이런 속성들이 점점 사고의 단편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귀엽고 깜찍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종합적 사고, 깊은 사색 없이는 창의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국가 발전에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국지저에 이겨도 대세를 못모면 바둑을 그르친다. 워낙 좁은 땅덩이라 겨우 본다는 게 등 너머 콩밭인가. 젊은 이여, 앞뒤 두루 넓게 전체 숲을 보라. 그리고 우주 전체를 보는 큰 안목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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