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의 전모
세상 가장 약한 사람을 골라 물어뜯는 괴물.
잠시 물리쳤나 싶었는데.
아니,
더 험악해지기 위해 힘을 모은 것에 불과했다.
괴물은 내 아이의 순수와 사랑을 왈칵 집어삼킨 후
태연히 동굴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다.
괴물에게 약한 존재는 그저 아무 조건 없이 괴물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늘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저 물어뜯기고 상처투성이가 되어서도 온팔로 괴물을 껴앉아 주었다.
승리한 괴물이 되돌아가면,
엄마의 탈을 쓰고 비겁한 용서를 구했다.
아들은 그런 나를 안아주었고
딸의 토라진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잠시 안도했지만,
나는 이 괴물을 온전히 없애지 않으면
언제고 다시 세상에 나와 잔인한 손톱을 휘두르리란 걸 안다.
그리고
그 손톱에 가장 깊게 베인건 나였다.
"빰을 후려갈겨!"
"힘으로 눌러버려~ 본때를 보여줘"
라는 괴물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나는 그를 서서히 굶어 죽일 계획을 세웠다.
어설픈 시도는 큰 보복을 가져온다는 걸 안다.
'혼내지 말아야지''좋은 말만 해야지' 하는 다짐은
삐죽 나온 그 조그마한 입에 얼마나 쉽게 부서지던가?
나는 바닥부터 내려가,
내 안에 의식부터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오늘은 이 악순환의 전모에 대해서 배우도록 한다.
처음 내뱉은 말은
"핸드폰 그만하고 좀 쉴까?'
"동생이랑 놀이터 가서 노는 건 어때?"
라는 가벼운 달램이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부터 꼬여진 건지
격한 반응이 돌아온다.
"우엑"
"절대 안 나가"
웬일인지 그 귀여운 얼굴에는 화와 울분이 잔뜩 쌓여있다.
'대체 내가 뭘 잘 못한 거야????'
(핸드폰을 일찍이 자유롭게 보도록 한 부모 잘못이 제일 크다)
부드럽게 몇 번 더 권유해 보지만
이제 아이는 폭력을 휘두르며 격하게 저항한다.
'이게 아닌데?'
나는 혼란스럽다.
문제는 아들의 분노 대상이 어쩐 일인지
네 살 어린 동생에게 가 닿는다는 것이다
(물론 엄마가 말할 때 거드는 동생이 더 미운 것도 있지만)
이내 발길질을 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마 네 안에도 나를 닮은 괴물이 사나 보다.
우리는 이 분노를 놓아 보내지 않으면 괴물에 말려들게 된다.
치솟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큰 대가가 따른다.
'참을 만큼 참았어. 너는 정신을 좀 차려야 해'
내 안에 괴물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느껴진다.
이때라도 내려놓았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온갖 폭언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는 혼란의 에너지에 말려들었다.
그 에너지가 나의 몸을 움직이도록 허용하는 순간(괴물이 되는 순간)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나에게 되돌아왔다.
죄책감, 불안함, 두려움
평온하게 자는 네 얼굴을 바라보아도
나는 이제 행복하지가 않다.
다시 마음 졸이는 날이 올까 봐,
그 기억이 너에게 저장되어 네 머릿속을 헤집는 날이
또다시 찾아올까 봐.
나는 심장이 쪼이는 고통을 받는다.
밖으로 투사하는 것은 모두 되돌아온다.
마음속에서 혼란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것인데
왜 그것을 표현하도록 허락하는가?
처음부터 놓아 보내는 것만이 이 모든 화를 피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나는 떨어지지 않고 그것을 발판 삼아 올라갔을 것이다.
막힘이 건드려지는 것을 반기라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가슴을 열 기회이고, 막힌 에너지를 풀어놓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부딪혔을 때 놓아 보냄으로써
내면의 정화 과정이 일어나도록 허용할 수 만 있다면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을 때. 그것을 쳐다보지 않아야 한다.
그저 의식의 자리에 앉아서 결코 그 자리를 떠나지만 않으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그 자리에서 놓아버리는 것이다.
부끄러움도 놓아버리고 두려움도 놓아버린다.
몇 시간째 핸드폰에 빠져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죄책감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유 없이 (이유가 있더라도)
악다구니를 쓰며 울고 발 구르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부끄러움과 불편함이 밀려온다 (윗집 아랫집 피해를 줄까 봐)
정작
내 아이의 감정은 외면하고
나의 불안, 타인의 질책이 두려운 나.
그 이면에는 놓지 못하는 내가 있었다
나를 지키지 위해서 과감하게 누군가를 희생시킨 것이다.
누군가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였고
내 언니와
나의 남편
이제는 아이들이 되었다.
오늘따라 유독 가슴이 아프다
도움된 책 : <상처받지 않는 영혼> 마이클 A. 싱어ㅣ라이팅하우스
134p~13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