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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민 Mar 17. 2016

[사람숲 단상] 날지 못하는 새

어떤 새는 깃털을 보온용 캐킷으로

어떤 새는 하늘을 나는데 사용한다.


_권영민


어느 늦가을, 야생오리들이 어느 집 농장에서 큰 잔치를 벌였습니다. 혹한을 피해 멀리 남쪽으로 날아가기 전에 마음껏 곡식을 먹고 힘을 축적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튿날, 출발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오리가 다른 오리들은 출발하는데 그대로 농장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곡식들은 너무 맛있군. 나는 조금 더 먹고 떠나야지.'

그 오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홀로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딱 하루만 더 있으려고 했으나 곡식이 너무 맛있어 그만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조금만 더 있다가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야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오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곡식 먹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곧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군. 추위를 견딜 수 없군.'

오리는 그제야 날개를 펼치고 힘껏 날아올랐지만 살이 너무 쪄서 날아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오리는 하는 수 없이 평생 집오리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키에르케고르가 들려준 한 오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의 꿈은 무엇인가요?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가요? 아니면 그 자리에 안주하여 평안한 삶을 사는 것인가요? 나이가 많든 아니면 아직 청춘의 때를 보내고 있든 많은 사람들의 꿈과 목표는 현실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많은 이들이 당장의 어려움과 고통을 못내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할수만 있다면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편안히 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평안함이 능사는 아닙니다.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원래의 자리에서 앞으로 나아갈 때, 그때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날지 못하는 야생오리는 더이상 새가 아닙니다. 단지 사람의 손에 길러지는 가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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