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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민 Nov 23. 2015

[사람숲 장자 이야기2]

[장자 이야기2] 옛 사람의 찌꺼기만 가득한 책

                                                                         


“당신께서 읽고 있는 책은 옛 사람의 찌꺼기입니다.”《장자》천도편


지식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지식을 배우고 쌓고 축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지식을 ‘배우고’ ‘쌓고’ ‘축적하는 방식’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지금 필요로 하는 지식은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지식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유와 경험을 통한 통찰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환공과 이름 없는 목수와의 대화를 통해서 진정한 독서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제나라 환공이 대청 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윤편이 뜰 앞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환공에 물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혹시 읽고 계신 책이 무엇입니까?”

환공이 답하기를 “성인의 말씀이다.”

“성인이 아직 살아계십니까?”

“이미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왕께서 읽는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에 불과합니다.”

환공이 노하여 말했다. “내가 책을 읽는데 감히 목수 따위가 나를 희롱하는가. 만약 합당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 너를 죽여 버릴 것이다.”

윤편이 말했다. “저는 제 일로 미루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지나치게 깎으면 축이 헐거워지고 덜 깎으면 축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정확한 정도는 손의 감각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낀 것이기에 이를 다 말로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신은 제 자식에게도 말이나 글로 그것을 깨우쳐줄 수 없고 제 아들도 배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이 칠십의 노인이 되도록 수레바퀴를 깎게 된 것입니다. 옛 사람과 그가 전하고 자하는 생각은 그와 함께 이미 죽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왕께서 읽고 있는 책은 옛 사람의 찌꺼기입니다.” -《장자》천도편


본문에서 장자는 독서가 필요 없다는 독서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자는 목수의 말을 통해 책의 한계를 보야 함을 말할 따름입니다. 목수는 오랜 세월 동안 몸으로 익힌 수레바퀴 만드는 기술을 아들에게 전수해 주려고 할 때 말이나 글로 전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카약(Kayak)과 카누(Canoe)를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카약(Kayak)’은 북극해 연안,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알류산 열도 지역에서 거주하던 이누이트 족이 만든 배로 이 지역 특성상 나무가 없어서 해변으로 밀려온 나뭇가지를 모아 뼈대를 세운 다음 짐승의 가죽을 덮어 씌워서 만들다고 합니다. 나무를 이용하되 뼈대를 잡고 그 위에 가죽 등으로 배의 형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와 달리 ‘카누(Canoe)’는 스페인어 Canoa에서 유래됐으며 나무가 많은 밀림지역에 살던 트린기트 족이 배를 만드는 방식으로 먼저 큰 나무를 선택한 다음 그 나무의 속을 파내는 방식으로 배를 만들었습니다. 모양은 흡사하지만 배를 만드는 방식은 정반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카약은 뼈대에 하나하나 ‘더하기’ 방식이라면, 카누는 큰 뼈대에서 ‘빼기’ 방식으로 배를 만듭니다.


책에는 분명 지식과 지혜를 담겨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책에는 과거의 사실과 사건이 불완전에게 담겨 있습니다. 책은 한 사람의 시각으로 본 세상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책을 맹목적으로 보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책을 보는 것은 완전한 지식이기 때문에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건과 지식을 통해 현재의 문제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최고의 학생들은 정신 능력의 성장과 호기심 충만한 삶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학점이나 명예보다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그들을 이끌어 준 원동력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 대부분은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 노력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내 역할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들 속에서, 그들은 바람직한 자아상과 자신이 창조하고 싶은 세상에 대해 생각했다.” -켄 베인. 《최고의 공부》                                  


@권영민인문성장연구소 | http://blog.naver.com/servantk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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