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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민 Mar 04. 2016

[사람숲 장자 이야기4]

[장자 이야기4] 안장과 등자, 지식


“해박한 사람이라고 해서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없다.” 《장자》 지북유


유럽에서 시작하여 약 300년 동안 전세계를 이끌어 왔던 산업사회는 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이 중요한 시대였다. 이와 달리 지금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와 달리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산업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생산성 향상을 높이기 위해 설비나 인력의 재배치, 기술의 발전 등을 노력을 해도 2배나 3배를 늘릴 수 있는 게 한계였다. 하지만 지식기반사회에서 전혀 다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지털의 결합으로 산업사회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수 천 배나 수 만배 증가할 수 있는데, 현재 미국 기업 순위를 보면 아이디어와 디지털의 결합으로 부를 축적한 회사가 상위에 올라와 있다.

공자와 노자에게 진정한 도(道. 지식, 지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해박한 사람이라고 해서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없으며, 그것에 대해 잘 논한다고 해서 올바른 지혜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성인은 오히려 지식과 잡다한 이론을 끊어버립니다. 그리고 그것에 더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것이 성인이 지닌 상태입니다. 깊이는 바다와 같고 지극히 높으며 끝나는가 하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만물을 운행하게 하고 새롭게 만들 때 빠트리는 것이 없으며, 군자의 도라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만물은 이에 의하여 상장하고 변화하고 다함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도라고 합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더욱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독서일 것이다. 독서는 세상을 보는 식견과 넓은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알게 해준다. 독서는 개인이 성장과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독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독서를 단순히 지식을 얻는 창구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우리가 배우는 지식의 90퍼센트는 근래 30년 동안 나온 지식이며, 그 지식도 수명이 5~7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우리 자신이 지식대중(知識大衆. 지식을 소비하는 일반인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진정한 지식인(知識人)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7년마다 전공을 바꿀 정도로 새롭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세상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말은 지식이 변하는 속도가 빠르니 새롭게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배운 지식이 영원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정보검색사 자격증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그 자격증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컴퓨터 자격증이 10명에 한 명만 가지고 있을 때는 경쟁력이 있지만 10명에 9명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면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지식은 양으로 축적하는 문제가 아니라 지혜로 발전시키는 데 까지 나아가야 한다. 많은 꽃이 있어서 그 향기가 사람을 이끄는 게 아니다. 꽃이 많지 않아도 진한 향기로 사람을 이끌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통치했던 칭기스칸, 그가 승리하면 무자비할 정도로 응징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적국의 기술자들은 절대 죽이지 않고 그들의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하곤 했다. 숫자가 적은 군대로 멀게는 수만 킬로미터를 달려가 원정 전쟁을 치뤘기에 스스로 개발을 하든 외부로부터 배워오든 무단히 힘썼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칭기스칸의 군대에는 충격적인 신무기가 있었는데 바로 훈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안장’과 ‘등자’이다.  

그 당시 유럽은 안장이라고 해봐야 가죽을 말 위에 얹어 몸통에 묶는 간단한 방식이었지만 훈족 안장은 앞뒤로 나무 버팀목이 있어서 달릴 때 기수에게 안정감과 버팀목의 역할을 했다. 등자는 기수의 말을 올려놓는 작은 기구에 불과하지만 등자에 발을 올려놓으면 기수의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고삐를 잡지 않고도 말을 조정하거나 두 팔로 전투에 임하기에 그 당시에는 혁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천년동안 인류가 거둔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에 하나가 이 등자였다고 할 정도다. 


독서의 목적이 지식 축적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부딪치는 삶의 문제에 대응하고 그에 맞는 지혜를 찾는데 있다. 새뮤얼 존슨은 영국의 시인이며 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 1000년 동안 최고의 업적을 남긴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1775년 4월 18일, 새뮤얼 존슨과 그의 친구인 제임스 보스웰, 조슈아 레이놀즈와 함께 오웬 캠브리지 저택을 방문해서 나눈 대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여기서 그는 두 가지 지식이 있다고 말하면서 어떤 지식을 얻기를 노력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캠브리지 경, 이유는 아주 간단하네.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지. 하나는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네.”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지식을 아는 사람과 지식이 어느 책에 있다고 아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배운 지식을 삶에 활용하고, 때에 맞게 알맞은 해결방안으로 찾아내는가 하면, 후자는 책꽂이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장작’으로 쌓아두는 사람이다. 지식은 삶에서 ‘안장’과 ‘등자’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자신만의 탁월함을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


“교활한 사람은 학문을 경시하고, 천박한 사람은 학문을 존경한다. 그러나 총명한 사람은 학문을 이용할 줄 안다.” -프랜시스 베이컨


@권영민인문성장연구소 | http://blog.naver.com/servantk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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