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에서 드디어 명령이 떨어졌다. 적에게 잡힌 포로들을 구출하라는 긴급 명령이다.
난 바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동했다. 인간성이 상실된 전쟁의 소용돌이로 들어간 것이다.
돌격하라!!
난 분대장이다. 모두들 내 명령에 준비된 동선대로 로봇처럼 움직였다. 그 어떤 질문도 없이 쫄병들은 앞만보고 총알을 직선으로 날렸다.
이래서 난 군대가 좋다.
앞쪽에 아름답게 펼쳐진 벌판과 언덕, 나무들이 내 시선을 뺏아갔다. 그러나 이것들은 장애물일 뿐이다.
눈 앞엔 총알이 빛처럼 지나가고 사방에선 포탄이 터졌다. 그래도 괜찮다. 난 절대 죽지 않을테니까.
시체들이 흩어져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모두다 날 위한 죽음이다.
내가 좀 더 빨리 시작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을 끝낼 수 있었을 테니깐.
적들이 엄폐물에 숨어도 상관없다. 난 명사수니깐.
마치 난 신이라도 된 것처럼 총알을 피해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적들은 죽을 준비라도 된 것처럼 나의 공격에 열심히 쓰러졌다.
높은 건물 창문틈 사이로 누군가 날 조준하고 있다. 그러나 그놈은 쓰러졌다. 스나이퍼가 날 지켜주고 있으니깐.
위이잉! 전투기 소리!. 공습이다.
하늘에서 기관총을 쏘아 댔다. 하늘과 땅사이로 대각선 빛줄기를 뿜었다. 총알들이 굵은 목소리를 냈다. 수 백발이 재봉틀 박히듯 11자로 흙에 박혔다. 희뿌연 먼지만이 그 고통을 대신했다.
역시 난 살아있다.
잠시 적들의 총성이 멈췄다. 사주 경계를 하며 어쩔수 없는 휴식이다. 바로 앞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풀숲이 휘청거렸다. 나도 바람을 느끼고 싶었지만 절대 느낄수 없었다. 단지 소리만 들릴 뿐.
우린 다시 서서히 전진했다. 총구를 쭉 내밀고 좌우로 시계추 왔다갔다하듯 총구 방향만 바라보았다.
탕! 탕! 다시 적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점점 적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떼거지로 몰려온다. 좀비처럼.
난 기관총으로 교체하고 방아쇠를 누르기 시작했다.
다르르르르르르...!
나와 짠 것처럼 적들이 한 순간에 단체로 쓰러졌다.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싶었다.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었다. 하나도 잔인하지 않았다.
꿈 아니냐고? 아니다. 나에겐 현실이다.
사방에 포탄이 또 터졌지만 다행히 나를 피해간다.
'난 불사신이다!' 마음속으로 다짐한 뒤 전진 또 전진이다.
그때 귓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엷게 울렸다.
뭐라뭐라 하는데 전쟁 중이라 신경 쓸 여력이 없다.
퍽!
"엄마가 밥먹으라 몇 번 말했니?"
난 헤드셋을 벗고는 엄마를 노려보았다. 이 중요한 순간 엄마는 적이었다.
"아, 짜증 나! 기록 깰 수 있었는데!"
마우스 방아쇠를 내려 놓을 수밖에 없었다.
*게임 중독 조심합시다. 가상과 현실은 구분해야겠지요.
가상현실, 증강현실, AI, 로봇 등의 발전으로 인간성이 상실된 또다른 세계에 살게 되어 걱정도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