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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작가 윤효재 Oct 12. 2023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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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원 지하철에서 한 자리가 비었다. 중년 남자가 옆을 보니 머리 희끗한 남자가 얼핏 보였다. 

 "여기 앉으세요." 중년 남자가 공손히 말했다.

 "아니, 괜찮습니다." 머리 희끗 남자는 앉을 마음이 없었다.

 "괜찮습니다. 앉으세요." 중년 남자는 손짓으로 빈자리를 가리켰다.

 "아니, 먼저 앉으세요." 머리 희끗은 스마트폰에만 집중했다.

 "어르신이 먼저 앉으셔야죠." 중년 남자는 머리 희끗을 앉히고야 말겠다는 밀당의 의지를 보였다.


 "저 아직 노인 아닙니다. 머리가 이래서 그렇지 아직 팔팔한 오십대입니다. 그러니 그쪽 앉으시면 됩니다."

 그 순간 파마머리 아줌마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중년 남자를 밀치듯이 비집고 들어오며 털썩 앉아버렸다.

 중년 남자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순간 이동 기술이 존재하다니!'

 중년 남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초능력 파마머리에 눈을 내리깔며 애꿎은 스마트 폰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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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배가 나온 젊은 여성이 약간은 힘들어 하며 서 있었다.

 앉아 있던 할머니가 여성을 보고 일어섰다.

 "여기 앉아요."

 "괜찮은데요." 젊은 여성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아니, 어서 앉아요." 할머니는 여성 손목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요." 여성은 뭔가 잘못돼 가고 있음을 짐작했다.

 "새댁이 앉아야지." 

 젊은 여성은 어쩔줄 몰라했다. 뒤에서 수근거렸다.

 '그냥 밥만 많이 먹은 여잔가봐.'

 뒤통수가 뚫릴 듯했다.

 젊은 여자는 두근거리는 심장에서 북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출산율 높이는데 애국자잖아. 그러니까 앉아야지." 할머니는 배를 한 번 쳐다보았다.

 심장에서 북소리를 넘어 사물놀이가 한 판 뜰 기세다.

 젊은 여자는 민망해서 다음역에서 빨리 내렸다. 문이 닫히기 전 다음칸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그리고 가방으로 배를 가린 채 서서 갔다.

 '어제 술에다 안주를 너무 많이 흡입했어!'


*과도한 배려는 오히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합니다. 한 두 번 거절하면 사연이 있으려니 하고 더이상 배려 안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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