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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작가 윤효재 Oct 12. 2023

빽빽이의 추억?

 빽빽이! 일명 깜지. 

 그 당시 학교 쌤은 왜그렇게 이걸 좋아하셨는지?

 무의식적으로 뇌와 손은 하나가 되어 허연 여백을 채워가며 희열을 느꼈다.

 역시 Ctrl+C, Ctrl+V의 무한 반복! 특히 영어단어는 깜지의 결정체였다.

 저 유연한 손목 스냅의 손놀림을 보라!

 꽉 다문 입술을 오물거려가며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내가 볼펜인지, 볼펜이 나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호접몽의 경지다. 몰입교육(?)은 이미 이때 시작되었다. 허연 연습장에 여백없이 빽빽히 들어선 글자를 보면 왠지 뿌듯했다. 그 글자가 문자인지 암호인지 뜻모를 문장이 되어버렸다. 세 번째 손톱옆은 움푹 패여 있었다.


 어느덧 무한반복으로 요령이 생겼다. 

 볼펜 두 개를 테이프로 묶어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속도는 두 배나 빨라졌으며 인간이 왜 호모사피엔스인지를 증명했다.

 애들은 암기보다는 허연 종이를 새까맣게 탈색 하는데만 온 정신을 쏟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선생님은 안경을 치켜 올리더니 필적 감정을 통해 정밀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표정은 국과수(?)다.

 '음.. 두줄이 같은 간격으로, 글씨체까지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어. 완벽하단 말이야!'

 "이놈들 다 다시 채워 와!"


 그시절 우린 그렇게 하면 외워지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완전 속고야 말았다. 조금만 지나면 암기한 게 인수분해를 넘어 미분되어 버렸다. 암기에는 효과가 없는 정신노동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건 마치 중세시대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하며 천동설 고정관념을 깨뜨린 충격과도 같았다.

 문구류 회사만 좋은 일 시켜줬다.

그 시절 우리는 큰 일을 했습니다. 모*미 회사는 우리가 살린 거니까요.


 지금 아이들은 손글씨 쓸 일이 많이 없지요. 컴퓨터, 휴대폰으로 읽기만 많이 하고 쓰기는 부족합니다. 꾸준한 글씨 쓰기는 아이의 고른 두뇌 발달과 신체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면 손감각이 살아나 뇌의 많은 부분에 자극이 된다고 합니다. 글씨를 쓰다보면 집중력이 발휘되면서 자연스럽게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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