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과 돌아옴이 스치는 자리에서
공항은 언제나 떠남과 돌아옴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대합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을 바라보면, 각자의 표정 속에 수많은 사연이 묻어났다. 긴장으로 굳은 얼굴, 이미 여행의 해방감에 젖은 얼굴, 헤어짐의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 캐리어 바퀴 소리와 안내 방송, 아이의 울음소리가 한데 뒤섞인 공기 속에서, 나도 그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출발과 도착의 기운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여행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탑승구 앞에 서면 묘한 긴장감이 밀려왔다. 유리창 너머 활주로에 줄지어 선 비행기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선수들 같았다. 탑승권을 내밀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내 마음속 시계도 다시 똑딱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륙 직전 몇 분, 나는 숨을 고르듯 창밖을 바라본다. 엔진이 울리며 몸을 진동시키고, 활주로를 달리는 순간의 미세한 떨림이 온몸에 전해진다. 땅을 밀어내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그 짧은 순간이, 언제나 나를 가장 크게 흔들었다.
비행기가 구름 위로 올라서자 작은 도시와 반짝이는 바다가 아래로 멀어졌다. 창문 하나에 담긴 풍경은 단순했다. 흰 구름, 파란 하늘, 잔잔한 바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서 나는 내가 떠났음을 실감했다. 같은 창문이지만, 내가 앉은자리와 마음은 매번 달랐다. 여행의 시작과 끝이 이 창문을 통해 이어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나는 어김없이 창가에 앉았다. 출발할 때와 같은 풍경이었지만, 마음은 다르게 흔들렸다. 설렘 대신 여운, 기대 대신 아쉬움이 창밖에 겹쳐졌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을.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창밖을 보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창밖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떠났던 순간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첫 여권 도장을 받던 긴장된 손끝, 엄마와 함께 웃으며 걸었던 가오슝의 햇살, 후쿠오카 골목의 담배 연기와 커피 향. 그 모든 장면이 겹쳐지며 내 마음에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다. 비행기의 창가에 앉아 있으면 알 수 있다. 여행은 장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이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다음 여행이 이미 내 앞에 기다리고 있음을, 창밖을 보는 순간마다 깨닫는다. 구름 사이로 스치는 푸른빛이, 곧 다른 바다로 나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푸껫의 뜨거운 오후, 미야코지마의 투명한 물결, 하와이의 끝없는 파도. 그 풍경들은 이미 내 기억 속에 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여정으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가방을 풀며, 나는 여행이 끝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러나 캐리어 속에는 단순한 짐만이 들어 있지 않았다. 바닷바람이 스며든 옷, 영수증과 입장권, 다 쓰지 못한 동전들이 작은 기록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 흔적들을 정리하다 보니, 여행은 끝났지만 여전히 내 일상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식탁 위에 놓인 기념품 하나, 책상 서랍에 남은 지하철 티켓 한 장이 나를 다시 여행지로 데려갔다. 돌아온 집은 같은 공간이었지만,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변화가 바로 여행이 남긴 가장 확실한 선물 같았다.
창밖의 구름은 늘 같았지만, 그날의 나는 달랐다.
여행은 돌아옴으로 끝나지 않았다.
언제나, 다시 시작을 준비하게 만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