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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련 May 24. 2023

7박 9일 스페인 여행기_6

#세비야 1일 차_1


여행 4일 차 아침.

남편과 스페인 여행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은 할애하고 기대했던 바르셀로나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스페인의 남부지방인 세비야로 가는 날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세비야로 이동했다. 비행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한국에서 2시간 30분이면 일본 도쿄를 가는 시간이니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스페인.

스페인 내에서 비행기를 타러 간다니 이것 또한 새롭게 느껴졌다. 남편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한국에서 고이 챙겨 온 육개장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은 후, 짐을 싸서 빠르게 움직였다.



세비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은 저렴하지만 수하물 제한이 있고, 다른 곳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짐을 최대한 늘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괜히 외국 나가서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면 너무 속상하니깐.

공항으로 가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고 그중에 드문드문 한국 사람들도 보였다. 스페인 국내선은 한국과는 다르게 비행이 자주 지연된다고 해서 약간 걱정을 했다. 우리가 타는 비행기도 한 20분가량 지연이 됐는데, 정말 다행히도 우리의 다음 스케줄에 큰 무리는 없었다. 세비야에 도착하면 바로 숙소에 체크인만 하고 세비야에 대해 전체적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 놨기에 조금의 지체되는 시간에도 신경이 쓰였다.


7박 9일의 스페인 여행 중 2일을 세비야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나는 스페인 하면 바르셀로나만 떠올랐기에 세비야에 대해 잘 몰랐다가 여행을 계획하고 알아보면서 더 많이 알게 됐다. 세비야는 스페인의 남부지방에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우선 나는 개인적으로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에 바르셀로나를 떠난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세비야로 간다니 내심 기대도 되었다. 뭔가 나랑 잘 맞을 것 같은 느낌!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세비야 도착했을 때, 역시나 맑고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바르셀로나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날씨가 따뜻한 편이었지만, 세비야는 정말 휴양지를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관광을 엄청 하고 다녔다면 세비야에 도착하고 나서는 뭔가 바쁘게 움직였던 분주한 마음들을 다독이며 천천히 쉴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비야 공항에 도착한 후, 우리는 공항버스를 타고 세비야에 예약해 놓은 숙소로 향했다. 세비야의 주요 관광지들이 세비야 대성당과 히랄다탑 광장 중심으로 근처에 같이 모여있기에  관광객들이 가는 곳이 정해져 있었다. 공항버스를 탔던 사람들이 거의 같은 곳에서 내려서 각자의 숙소를 찾아서 갔다.


버스에서 내려서 숙소를 찾아가는 그 길도 어찌나 예쁘던지. 도로들 맞은편에 있는 길들 또한 꼭 유명한 저택 내부에 잘 꾸며진 정원 같다고 해야 할까? 진짜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손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있었지만, 몽글몽글 설레는 내 마음은 깃털보다 한없이 가볍게 느껴졌다. 캐리어를 끌고 숙소 근처 길로 들어서는 순간, 향긋하고 달콤한 향이 내 코 끝을 스쳤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향기였는데, 내가 있는 곳이 이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나는 향기일까? 세비야 어디를 가도 그 향기가 따라다니는 듯했다.



세비야에 딱 도착했던 순간, 그냥 직감적으로 오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의 날씨, 향기, 내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들 사이로 너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또다시 여행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 나와 남편이 계획한 스페인 여행은 이제 중반을 넘어섰지만,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것만 같은 설렘과 이 에너지는 뭘까? 지금도 그때 느꼈던 그 설렘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에 가서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옷만 가볍게 갈아입고 세비야 가이드 투어를 하기 위해  세비야 대성당 히랄다 탑 앞으로 갔다. 숙소에서 이색적으로 느껴졌던 골목진 길을 조금만 걷고 나오면 탁 트인 길이 나오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파란 하늘과 초록초록한 나무들 그리고 그 양옆으로 쭉 펼쳐진 가게과 그 앞에 세팅되어 있는 테이블에 많은 관광객들이 앉아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때 거기서 본 풍경을 정확히 기억한다. 한 장의 사진으로 찍혀 그대로 내 기억 속에 저장된 것 같다.

아름답고 여유로웠던 그때, 그곳 세비야.



여행에서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 요즘, 삶 속에서 잠시 지치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행복했던 여행의 순간들을 떠올리곤 한다. 그럼 또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걸 느낀다. 이렇게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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