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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련 Jun 15. 2023

열정과 무기력 사이.

사람들 눈에 비치는 나는 열정적이고 에너지 있는 모습이 큰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평가할 때 열정적이라는 말이 좋지 않았다. 뭔가 항상 나는 아등바등 대며 애쓰는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보통의 한 걸음이 나에게는 안간힘을 쓰는 몇 걸음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느꼈던 거 같다. 그래서 항상 모든 일에 더 열심히 더 많이 온 힘을 다했던 거 같기도 하다.


개인적인 성향이 욕심이라도 없으면 스스로를 좀 덜 괴롭히고 주어진 삶에 조금 편하게 적응하며 살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 안에 욕심은 날 가만두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던 나는

항상 높은 이상과 목표로 나를 다그치곤 했다.

어떤 때는 그런 다그침이 좋은 성과로 나올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너무 많았다. 당연한 삶의 이치인데도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기에 나는 분별력이 없고 마음에 여유도 없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너무 많은데 그런 환경은 되지 못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매 순간 열과 성을 다해 맡은 바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런 훈련들이 지금의 내가 있게끔 만들어준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정도의 내공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몸도 마음도 정신도 많이 건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 번씩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올 때면, 무기력해지는 내 모습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나는 내 스스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도 있지만, 한없이 무기력하고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도 많이 있다. 그래서 어렸을 땐, 밖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과 내면에 나의 모습 속의 괴리감의 깊이가 참 크게 느껴져서 어떤 모습이 나인지 매번 왔다 갔다 했던 거 같기도 하다. 그 두 모습이 다 나인 것을.


무엇인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작해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너무 속상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양은냄비 기질이 있는 게 맞다. 뭔가 시작할 때면 정말 잘해보겠노라 열정이 넘치지만, 그 마음이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만큼 메타인지도 높지 않다는 거겠지. 그래도 이 정도면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게 마음 아프지만 받아들이고 나니 차라리 속이 더 편한 거 같다. 나 스스로를 괴롭혔던 이유는 분명 ‘넌 잘할 사람인데 왜 못하는 거야’였다면 그 이유가 타당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시작부터 큰 기대감으로 나를 괴롭힐 일은 없으니깐. 재주가 없으니 노력이라도 하자라고 마음먹을 수 있으니깐.


꾸준히 무엇인가를 지속한다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능력임을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 나는 그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도. 시작해서 처음엔 열심히 하다가도 성과가 안나는 것 같으면 금방 싫증을 느끼고 피하고 있는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는다.


포기는 없다.


중간에 지쳐서 잠시 쉬더라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더딜지라도,

절대 포기는 하지 말자고 다시 한번 마음먹어본다.

길게 보면 중간에 포기하기 쉬우니, 매일의 삶에서 작은 계획들을 하나씩 차근 차근히 해야지.

내 삶의 내공이 그만큼 크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인정한 그 부분부터 시작하면 된다.

매번 다시 시작하더라도, 조금 느려도 괜찮아.

하나씩 몸에 익혀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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