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선택, 누구의 욕심인가?

엄마가 어른이 되면, 아이는 어른을 보고 자란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높은 기대를 품는다. 특히 엄마들은 자녀가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며 여러 공부를 시킨다. 어린아이들도 놀이터보다 학원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생기발랄한 얼굴보다 지친 아이들의 표정을 더 많이 본다.


이 사회적 문화 속에는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깊은 사랑과 욕심이 자리 잡고 있다.


다 너 잘되라고.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엄마의 자연스러운 욕구이지만,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부모도 종종 있다. 그중 오늘은 영어유치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어 보고 싶다.



영어유치원, 이젠 모르는 사람 없죠?


아이들에게 영어로 진행되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 언어 습득과 자연스러운 노출을 목표로 하는 유치원이다. 주로 원어민 선생님과의 수업이 중심이며, 하루 모든 말을 영어로 소통하며 생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이 영어를 쉽게 배우고 유창하게 구사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 순수한 마음은 남들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기대하는 욕심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비싼 영어유치원에 보냈다는 자부심도 얹는다.

“저희 아이는 영어유치원에 다녀요”

“영어 실력이 중상위급 될걸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이의 발달에 필요한 수업을 놓치거나, 그들의 고유한 모습과 잠재력을 간과하게 되기도 한다.


한 초등학교 1학년, 영어유치원을 졸업하고 일반 초등학교에 진학한 아이였다. 집에서와는 다르게 학교에서는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했고, 친구들이 무시하거나 선생님이 말을 안 들어줄까 두려워했다. 발표할 때는 입을 딱 붙이고 말을 하지 못했다. 엄마는 아이의 변한 것 같은 모습을 고쳐주기 위해 수업을 듣게 했다.


수업 시간에도 위축된 모습을 보였고 표현할 때 자신감이 떨어졌다. 기본적인 태도나 존댓말까지도.. 어려워했다. “아~ ㅇㅇ이 이거 좋아하는구나~”라는 선생님의 말에 “응!”이라고 대답하거나 말을 짧게 했다. 모든 상황을 다 전할 순 없었지만 몇 가지의 태도에 대해 어머님께 전달드렸다.


"어머님, 우리 ㅇㅇ이가 게임이나 활동할 때는 즐겁게 참여하지만, 생각하는 것과 표현• 발표할 때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존댓말도 잘 따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구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게 힘들다고 하네요~ 자기 표현력도 키울 수 있도록 도울게요. “


그러나 이번에도 어머님은 반박만 하였다.


"아이가 원래 고집이 좀 있어요. 수업 때 잘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는데,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더 기분이 나빠지네요. 저에게는 하지 않았던 말을 해서 우리 아이가 말한 게 맞나 싶기도 하구요. 자기표현을 못한다니, 선입견을 갖고 보신 건가요..? ㅇㅇ이 영어유치원에서 스피치 대회에도 나갔던 아이예요. 오히려 이곳에 오고 나서 더 안 좋아진 것 같네요."


나의 자랑거리가 학교에 가서 자기표현도 못하고 발표도 못한다니 자존심에 상처가 난 것처럼 예민하게 구셨다. 아이가 도대체 왜 엄마의 자존심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요즘은 자기표현을 어려워하는 친구도 많고 발표를 못하는 친구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 ‘부족한 아이’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각기 다른 성향과 속도로 성장한다. 나의 아이가 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부족한 아이가 절대 아니다.



한글은 모르지만 영어는 어느 정도 알아요.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반 아이들이 있었다. 모든 아이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종종 생각력, 표현력, 창의력, 집중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한글을 잘 몰라 자신감이 떨어지고, 영유 안에서 학습시간이 길다 보니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반면, 일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일반 유치원과 영어유치원의 일과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일반 유치원에서는 자유로운 생활과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생각을 표현하는 기회를 얻는다. 한글을 배워 모국어로 된 글을 읽고 생각력을 키울 수 있다. 언어와 사고를 연결해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반면, 영어유치원에서는 영어로 진행되는 반복 학습으로 인해 영어를 알아듣고 말할 줄 알게 된다. 그러나 단순한 생각이나 표현에 머무른다. 영어로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면 한글은 모르지만, 영어는 어느 정도 아는 아이가 된다.


어느 7세 아이는 한글을 전혀 몰라서 수업을 힘들어했다. 한글을 모르니 책도 읽을 수 없었고, 글을 읽지 못하니 다양한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담당 선생님은 어머님께 한글 공부의 필요성을 언급하셨다. 그러자 어머님은..


"하.. 저는 우리 아이에게 한글 스트레스 안 주는데.."라고 답했다.



부모의 욕심인가, 아이의 행복인가?


영어유치원이 틀렸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곳에 보내는 것은 부모의 선택이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 보내야 한다. 영어를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보내야 하고, 모국어도 충분히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 가서 스스로 부족한 아이라고 느껴지지 않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부모가 키워줘야 한다.


내가 이루지 못했던 꿈이나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이를 이용하지 말자. 아이가 스스로 정체성을 키워나가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꿈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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