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어른이 되면, 아이는 어른을 보고 자란다.
경청은 물론,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아이가 있었다. 친구가 불쾌해하는 장난을 자주 치며, 그 반응에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반대로 본인 기분을 나쁘게 하는 일이 있으면 곧바로 ‘복수’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수업 분위기는 자주 흐트러졌다.
수업 중에도 종종 장난감을 꺼내 주목받으려 하고, 선생님이 제지하면 화를 내거나 째려보곤 했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자기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선생님! 왜 제 말은 안 들어줘요? 나 이 학원 안 다닐 거예요!"라며 협박 비슷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아이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으로, 많은 관심을 원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소통하기 어려워하고 함께 하는 활동에 흥미가 없었다.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될지 몰라도 좀 더 크면 아이가 힘들어할 일이 생길게 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머님께 말씀을 드렸다.
"어머님, 우리 친구가 경청을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눈을 마주 보고, 선생님이 말한 내용을 함께 따라 해 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나름 조심스럽게 건넨 조언이었지만, 어머님은 불쾌해했다.
"우리 딸이요? 선생님이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우리 딸은 그런 애가 아니에요." 어머님은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학부모가 이렇게 얘기하면 할 말이 없다. 누군가 들을 자세가 되어있지 않으면, 더 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었던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엄마가 아닌 아이와 소통해야 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많은 말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아이는 감정이 고조되면 그 순간 감정에 치우치곤 했는데, 이런 모습은 엄마가 보여주는 태도와 많이 닮아 있었다. 뽐내길 좋아하고 무시당하길 싫어하는 이 아이, 그 속에는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도 숨어있었다. 알고 보니 평소 부모와 시간을 보내기보다 혼자 모바일 게임을 해왔고, 그런 부모가 나에게 관심을 주는 시간은 오로지 누군가를 일렀을 때뿐이었다. 아이는 스스로 불편한 일을 자주 만들어 엄마에게 전하곤 했다. "엄마 오늘 ㅇㅇ이가 내 옷에 낙서했어." "엄마 오늘 선생님이 이렇게 했어" "엄마 걔가 나쁘게 말했어" 그렇게라도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럴 때만 엄마가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나의' 편을 들어주었기에 부정적인 상황을 만들게 된 것이다.
위 엄마는 결코 딸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엄마는 딸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그 사랑이 딸의 상처에만 집중되었을 뿐이었다. 관계에 약한 자신처럼 딸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하고 그 마음이 투영되어 보호만 한 것이다. 항상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앞에서 방패 역할을 하며, 누군가 딸에게 아픔을 주지 않도록 경계했다. 그로 인해 아이는 엄마가 화난 모습과 갈등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게 되었고, 그 환경에서 그것이 옳다고 보고 배워왔다. 엄마의 사랑은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다행히도 현재 아이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선생님과 눈 맞춤을 연습하고, 친구들과도 경청하며 소통 훈련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이 말할 때는 잠시 기다려 보자. 그 모습을 보고 친구들도 네가 말할 때 잘 들어줄 거야.“ 태도를 배워 기다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떼를 쓸 땐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타인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알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칭찬과 인정을 받을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고 이제는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아이는 변한다. 아이를 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엄마의 태도였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의 태도를 살펴보아야 한다.
사랑은 단순히 보호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을 배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오히려 그럴 때 아이는 사랑받고 있음을 충분히 느낀다.
생각해 보자. '혹시 나는 어떤 부모일까?'
무조건 허용하는 부모는 아닐까. 나는 내 아이를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있을까?
나는 내가 원할 때만 사랑을 줬던 건 아니었을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나도 많은 실수를 해왔고 앞으로도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 때때로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지만, 내가 어떤 부모인지 늘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부모가 먼저 어른이 되어, 어른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