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11 (금) 나는 성실하고 싶다.
잘해야 삼류 이상은 되지 못한다고 해봐요.
그걸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다른 분야에서는 별로 뛰어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아요.
그저 보통만 되면 안락하게 살 수 있지요.
하지만 화가는 다릅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달과 6펜스 본문 69쪽 중에서]
아직 생생하다.
『달과 6펜스』를 읽으며
밑줄 박박, 메모하며 읽었던 그때가.
재능, 완벽, 성취 따위의 것들이 발목을 잡았다.
하면 무엇하느냐고.
너보다 잘 쓰는 사람들이 세고 셌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는데.
글은 나의 숨구멍이지 않은가.
개의치 말고
용기 있게, 성실하게,
그리고 간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