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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Sep 20. 2021

엄마, 기분 풀렸어?

요즘 들어 첫째가 자주 하는 말이다.

잘 놀아주다가도 힘에 부치면 버럭 화를 내고 마는 엄마에게, 첫째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가 돌아와


엄마, 이제 기분 풀렸어?


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기분이 풀려는 있지만, 아들의 기분은 어떤지 모르겠다. 돌아서면 미안하고 후회되는 맘뿐이다. 화내지 않고 부드럽게 얘기해줘도 됐을 텐데.


애 셋을 키우면서 뱃속부터 끌어내 호통을 치며 얘기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변명하자면 처음부터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한번, 두 번, 세 번, 그래도 듣지 않으면 버럭 소리를 쳐야 아이들이 그때서야 돌아본다. 눈이 콩알만 해져서는.


놀라는 아이들을 보자니 이래도 되나 싶다가도, 이래야 말을 들으니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다시 육아서를 집어 들어야 하나? 방법론적으로 접근해봐야 근본적인 나의 변화가 없다면 도루묵일걸 뻔히 안다. 의식적으로 바뀌었다가도, 상황과 체력과 심리 상태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테니까.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상담이라도 받아봐야 할까?


어렸을 적, 아빠를 참 좋아했었다.

재미있게 놀아주고,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아빠가 멋있었다. 그런 아빠이지만 지금의 나처럼 버럭하고 화도 잘 냈다. 내 딴에는 아빠를 도우려고 했던 일도, 아빠의 맘에 맞지 않으면   얼굴과 행동과 말투에서 짜증이 묻어났다. 어린 나에게는 아빠의 비언어적 행동까지도 뚜렷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아이들은 그런 존재. 부모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배우고 느낀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고 있다.

말하지 않은 표정과 행동까지도 아이는 다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 이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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