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매너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본인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은 참 얄밉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시 전화하기 귀찮기 때문에, 통화 연결하려면 또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상담원의 기다림을 당연시한다. 즉, 한 번 통화된 김에 전부 해결하려고 하는 것. 5분여 기다렸는데, 찾아야 할 정보를 찾지 못하거나, 주문을 해야하는 데 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결국 다시 전화해야 하는 상황이 되버리면, 시간을 까먹은 나도, 다시 전화해야 하는 고객도 얻은 게 없어 허무할 뿐이다.
고객이 내 시간을 뺏어가는 것에 대한 조급증으로, 예전에는 '계속 기다려야 할까요?' '고객님, 확인하고 다시 연락 주시겠습니까?' 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래도 계속 기다리라고 하면 혼자 발을 동동 굴렀다. 속으론 승질을 박박 내면서. 그런데, 기다려주는 것 또한 나의 일이었다. 다시 전화하고 기다리는 고객 입장은 싫은게 당연했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책을 집어 들었다. 2페이지 정도 읽었더니, 고객은 결국 백기를 들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다. 5분이면 2~3콜을 더 받을 수는 있었겠지만,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책을 2페이지나 읽다니, 대단하군! 하며 스스로 위안 삼았다. 더불어 '일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니! 좋은 직장이군!' 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며칠 전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동료 한 명이 퇴사를 했다. 나보다는 한 살 어린 워킹맘이었는데, 우리 회사로의 입사는 1년 갓 넘은 신입이었다. 적은 급여와 고도의 스트레스로 퇴사 의사를 심심치 않게 밝혀 왔는데, 실제로 이직 준비도 열심히 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모 대학교 교직원으로 당당히 합격하여 퇴사를 통보했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애 엄마인데도 이직이 되는구나 싶었다. 이직이나 퇴사 소식을 들으면 조금씩 동요가 되는데, 마흔이 가까운 나는 다른 데로 이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곳에서만 10년이었다. 이 경력으로 어디로 가야할지도, 갈 수 있는 곳도, 가고싶은 곳도 없었다. 퇴사도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어느 동료는 고객센터의 일이 난이도 최상의 일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내가 10년간 타부서에도 있어보고, 옆부서의 일도 들여다본 바로는, 최상은 아니었다. 각자가 버틸수 있는 일이 있고, 버티지 못하는 일이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는 변화무쌍하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이 맞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데이터를 입력하기만 하면 되는 사무직이 맞을 수도 있는, 그저 적성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서비스업이 나는 나름 나에게 맞는 직군이긴 한 것 같다. 불만도 많지만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며 글 쓸 수 있는 소재가 많아졌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다.
어떤 일인들 스트레스가 없겠는가! 내가 해야 할 일에서 느껴야 할 마땅한 스트레스라면, 관리가 최선이다. 그 중 내가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첫 째는 책, 둘 째는 글쓰기였다. 브런치에 이런 저런 마음들, 상황들을 써내려가면서 정리도 되고, 쓸데없는 생각들에 대해 후회도 되고, 반성도 하게 된다. 이런게 바로 글쓰기의 힘, 글쓰는 맛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