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의 사치

페디큐어 처음 받아본 소감

by 수박씨

아침부터 설레었다.

페디큐어의 예약 날이라는 문자가 도착했고, 나의 들쑥날쑥 못난 발을 타인에게 내밀려고 하니 부끄러운 생각이 미리 들었다. 발톱이라도 깎고 왔어야 했나, 아니야 괜히 잘못 잘라서 더 손질이 어려울 수 있으니 그냥 가는 게 나을 거야, 그러고 보니 딸내미가 발라놓은 젤 스티커도 못 떼고 왔네, 등의 생각을 하며 출근했다.


12시 땡 소리와 함께 나는 네일숍으로 달려갔다.

50분 소요로 생각했던 나는 빨리 가서 케어를 받고, 빵이라도 사서 들어와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손님은 나뿐이었다. 코로나여서 예약을 한 명만 받는 건지, 어쨌든 단독 손님으로 설명을 듣고 따땃한 물에 발을 담갔다.


와아~~~~~~~~~~~~~~~~~~~~~~


아직 한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것이 소비의 참맛이렸다!


미용실과 옷가지 구매 외에는 화장품도 잘 사지 않아 왔기에, 페디큐어는 전혀 뜻밖의 사치였다. 그래서 더, 이 순간을 오롯이 잘 즐기고 싶었다.


셀 수도 없는 색깔을 고르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어안이 벙벙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뭐든 선택하면 어떠리~


제가 페디큐어는 처음 해봐서요,,추천해주시면 그걸로 할게요!


하나의 발톱을 두 가지 색으로 나눠 바를 수도 있고, 엄지와 나머지 발가락 색깔을 다르게 할 수 도 있고,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으나 촌스러운 나는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결정한 색은 펄보라! 간단해 보이는 색 바르는 작업은, 예술작품처럼 바르고 말리고를 반복하며 한 시간을 꼬박 썼다. 마사지 맛집이라는데, 시간상 마사지는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아줌마 맘 같아선 할인해달라고도 싶었으나 꾹 참았다.


기본 케어에 젤 타입(?)을 바르고 나니 75000원 가격이 떡하니 붙었다! 알고 방문했던 건데도, 이거 하자고 75000원을 쓰다니!라는 생각에 쓴 물을 삼켰다. 우리 동네 네일숍은 45000이라던데... 어차피 점심시간 외에는 방문할 기회도 없다는 게, 비싼 가격에도 회사 근처로 선택한 이유였으니 불만 가질 여지는 없었다. 더군다나 70분 소요로 천천히 마사지받아야 할 코스를 점심시간 속성으로 후다닥 받고는 나왔기에, 기분 좋았던 사치의 마지막은 조금 헛헛했다. 아마도, 두 번 케어를 받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자꾸만 발을 들여다보며 흐뭇했다.


나, 발 관리하는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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