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0년차, 화장실에서 몰래 울었다.

by 수박씨

보통 세 달까지는 신입으로 보고, 양 옆에는 베테랑 선임을, 뒤에는 매니저를 배치하여 고객응대 시 잘 모르거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응급처치를 해준다. 그러니까 한 달은 이론 교육, 두 달은 실무교육으로 보면 되겠다.


실무에 투입되자, 고객들의 질문에 머리가 하얘진다.

배웠던 프린트물은 너무 방대해서 찾고 있을 시간도 없다. 그러다가 버럭 고객이 화라도 내는 날엔, 말더듬이가 되어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그러면 다시 고객의 화를 돋구는 꼴이다. 의외로 잘 맞는거 같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전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은하 씨 쫄지 마요. 우리가 무조건 벌벌 떨 필요 없어요. 고객이 화를 내 든 말든 우리는 규정대로 일단 안내하고, 그래도 안될 땐 팀장님과 상의해보겠다고 하고 종료하면 돼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심호흡을 하며 다짐한다.


"쫄지말고 규정대로!"



수만번 외쳐도 안된다. 자꾸 쫀다. 규정이 뭔지도 헷갈린다.

신입은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여긴, 전쟁터였다!

자리에 앉아서 데이터를 입력하고, 수정하는 지원부서의 일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바로 묻고 대답해야 되는 일촉즉발의 순간들이 계속되었다.


더 문제는 고객과의 상담이 끝이 아니라는 것. 바로 해결이 되지 않는 질문들은 확인하여 안내하겠다는 답변을 남기고, 지원 담당에게 ‘클레임 접수’란 걸 한다. 배송은 배송담당자에게, 해외주문은 해외주문 담당자에게, 결제관련은 결제 담당자에게. 이 접수도 장황하게 하거나 있어야 할 정보가 없으면 혼쭐이 난다. 실시간 감청을 하는 매니저에게도 이래저래 꾸지람을 듣는 게 이곳의 ‘신입’이었다.


처음이니까.

어렵고 정신 없고, 혼나는 게 당연한데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이 낯설기만 했다.

이렇게까지 혼날 일인가?

내가 어디가 모자란걸까?

이 문의는 어디로 접수해야 하는 거지?

나를 의심하는 질문을이 많아졌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말귀를 못알아먹는다' 는 날벼락같은 고함을 듣고 급기야 울고야 말았다. 너무 수치스러웠다.

이제 막 시작하는 직원에게 이런 폭언을 한다고?

이해되지 않았다.


이전 마케팅팀에 있을 때, 매출이 저조한 저조하거나 의상에 신경쓰지 않는 직원에게 상처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과장님이 떠올랐다. 노조 익명게시판에 누군가 올린 글이 공론화되어 일 없이 책상에만 앉아있다가, 일주일 여 후 퇴사했던 기억이 또렷했다.


난 10년차 구입이었다.

처음에는 울었지만 두 번 세 번되자 팀장님께 보고했고, 그 후로 다른 관리자 팀으로 배정받아 인센티브까지 받으며 잘 지냈다. 듣기론 그 분의 스타일로 신입들은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고, 연차가 된 직원들이야 퇴사할 순 없으니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지금 그 분은 다른 파트의 관지라로 이동했다.


콜센터에 전화하면 늘 나오는 안내멘트는

"상담사에게 폭언 등을 하지 말아주세요. 누군가의 가족이 여러분을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다.


상담사끼리도 예외는 아니다. 일이 아닌 인격모독은 어느 곳에서도 합당지 않다.


관리자님 존중하고 응원하지만,

좀 더 젠틀하게 교육 부탁드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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