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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Sep 22. 2021

첫째와 셋째를 대하는 엄마의 자세

남편이 인터넷 기사를 하나 건넸다.

모델 이현의 아들 둘을 씻기는 사진과 기사였는데, 한 손 스킬로 후다닥 샤워를 끝내는 모습이었다.


기사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나 역시도 첫째와 셋째를 대하는 자세가 확연히 달라졌지. 암, 그렇고 말고.


얘기가 나왔으니 먼저 씻기는 것.

첫째는 거의 세 돌까지 안아서 씻겼던 것 같다. 일어서서 씻는 걸 무서워해서, 15킬로가 넘어서까지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받치고 꾸역꾸역 씻겼다. 그것도 어르고 달래가면서. 둘째, 셋째는 미안하지만 신생아 이후로는 죽 서서 씻겼다.

눈감아~입으로 숨 쉬어~ 둘째 셋째가 딸내미 건만 본의 아니게 강하게 키웠다.


먹는 것.

다양하게 골고루 먹이려고 부단히도 애썼다. 내가 하긴 자신 없어 사 먹여도 보고, 사는 게 여의치 않아져서는 나름대로 반찬 두세 가지는 해주려고 애썼다. 자기 주도적 식습관을 기르고자 음식을 여기저기 흘리고 장난쳐도 개의치 않았다. 치우면 되니까. BUT  막내는 흘리는 걸 용납 못한다. (치울 시간이 없다) 빨리 먹여주고 끝낸다.(다른 할 일이 쌓였다) 반찬은 하나면 족하다. 열심히 해줘도 봤는데 힘만 들고 애들이 손을 안 댔다. 억지로 먹이려고 하다 보니 화가 났다. 그 후론 하나의 반찬이라도 밥만 먹이자, 의 마음가짐이 되었다.  미안하다 막내야.^^


노는 것.

화분을 엎어도 주워 담으면 되고, 맘껏 어지럽혀도 치우면 되니 자유롭게 두는 게 나의 스타일이었다. 첫째는 밤마다 노래도 불러주고, 책도 읽어주며 수면 의식을 가졌다.  누워서 늘 책 10권 정도를 읽거나, 책 하나를 무한 반복하거나, 두꺼운 책을 100페이지 넘게 읽다가 잠든 적이 태반이다. 세 명이 된 지금은 10시가 넘으면 엄마의 마감 시간을 알리고 먼저 잠들어 버린다. 시끄럽게 떠들던 말던 나는 내 잠을 청한다. 그러다가 도통 잘 생각을 않고 과하게 시끄러우면 호통도 한 번 친다. 한바탕 소동 후에는 잠잠해지는 시간이 찾아온다. 비로소 평화다.


첫째는 제일 잘해줬다고 해도, 어린 나이에 동생을 둘이나 본 것이 항상 미안해서 맘이 약해진다. 그래도 동생을 잘 돌보고 엄마를 도와주니 듬직하다. 둘째는 가운데에서 늘 울분을 토하면서, 자연스레 야무진 똑순이가 되었다. 막내는 가장 신경을 못썼음에도 애교가 철철 넘쳐,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다.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상황적으로 둘셋 아이의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내려놓기'를 터득한다. 다행이자 신기한 건,  신경을 덜 쓴 둘째 셋째가 더 강하고 야무지게 잘 자라주어 미안함이 덜하다는 것. 사실 엄마는 세 명에게 모두 미안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잘 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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