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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Sep 22. 2021

회사를 그만 두지 못했던 이유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진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한 이유.


돈. 첫 번째다. 아이 셋을 키우는 데에 지방에서 살지 않는 이상 홑벌이로는 감당이 안된다.


하지만 더 큰 이유를 들자면, 나의 정신건강이다.

돈을 벌지 않으면 아껴야 하고,  나에 대한 소비는 당연히 줄기 마련이다. 헝클어진 머리, 축 쳐진 뱃살, 생기 없는 얼굴은 더 이상 거울을 보고 싶지 않게 한다.


더불어, 남편의 사고방식이 문제다.

많은 남자들이 그렇겠지만, 육아와 가사에 굉장히 참여적인 남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는다면, 모든 가사는 내 몫임을 이전 육아휴직 때 알린 바 있다. 그 시절 피만 안 튀겼지, 매일같이 울고 소리 지르고 싸워댔다.


가사는 생각보다 멀티를 요한다. 청소도 단어는 두 글자지만, 화장실, 거실, 각 방에서부터 때마다 정리해야 하는 옷가지들, 구석구석 쌓이는 먼지들, 아이들이 매일같이 가져오는 갖가지 선물이나 작품들의 정리 등 끝이 없는 일들이 펼쳐진다. 요리는 또 어떤가? 삼시 세 끼만 걱정하기에도 메뉴가 동이 난다. 거기에 각종 아이들 준비물과 예방접종, 숙제까지 더해지면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다.


더군다나 내 성격 자체가 멀티가 안된다. 한 가지만 파는 성격이라, 한꺼번에 여러 일이 몰려오면 짜증지수가 급속도로 올라가고, 예민해지고 우울해진다. 너무 잘 해내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행복할리 있겠는가.


출근을 하면 분담이 된다.

가사와 하원은 친정엄마와 어머님이 도와주시고, 등원은 남편이, 퇴근 후 청소와 육아는 남편과 내가 그날에 맞춰 분담한다. 이 정도는 돼야 숨이 쉬어지니, 출근을 안 할 수 없다. 내가 휴직이나 퇴직을 하면, 모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서너 명이 함께 하던 걸, 어떻게 엄마가 혼자 할 수 있다고 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분담만 잘 된다면, 휴직이나 퇴사를 해도 조금 아끼며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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