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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Sep 23. 2021

오랜만의 출근

세 번째 자가격리. 추석 덕분에 무급휴가 5일 만을 쓰고 10여 일 만의 출근이다.

밖에 나가지 못하고, 친지들도 보지 못하고, 우리 가족만 참 오.붓.하.게. 보낸 추석이었다.

티브이와 핸드폰, 간간히 아이들과 몸으로 놀며 지낸 추석은 머리가 지끈했다.

불고기, LA갈비, 나물 등의 반찬을 명절 전 한바탕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연휴 동안 먹을 걸로 매 끼니마다 고민했다. 고기는 물려서 먹기 싫었고, 매번 같은 반찬을 먹기도 힘들어 미루고 미루다 겨우 끼니를 때우곤 했다. 아이들도 활동량이 적으니 밥맛이 있을 리 없었다. 유치원 과제도 하는 둥 마는 둥, 몸으로 노는 것도 한 시간이면 체력이 고갈됐다. 아이들을 핸드폰의 세계로 보내 놓고, 우리 부부는 티브이 시청을 즐겼다. 거의 하루종일. 여태 보지 않았던 [어쩌다 FC]가 이리 재밌을 건 또 뭐람. 명절은 이런 거라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바보상자 안으로 빠져들었다. 아, 이런 죄책감..


죄책감을 뒤로하고 드디어 출근이다. 

출근만을 기다리던 복귀 초 휴가 때와는 달리, 점점 마음이 복잡해진다.

동료들에게도 민폐고, 나의 위치도 불안하고, 아이들은 나를 기다리는데, 계속하는 게 맞는가 하는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더 재미있는 건,

책을 낸 것도 아니고, 당선이 된 것도 아니고,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른 것도 아닌데,

브런치 공모전에 챕터를 완성해 제출을 하고 나니,

제대로, 한번 더, 공을 들여 써보고픈 마음이 커졌다.


휴가 기간 중 정여울의 [끝까지 쓰는 용기]를 읽고야 말았다.

광고로만 접했고,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샀는데, 

이런.. 글 쓰는 마음의 불을 다시 지피고야 말았다.

1년만 도서관에서 살아보라고 조언하는 작가의 말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도서관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써보고 싶었다. 


남편에게 운동할 때, 식사할 때, 슬깃슬깃 마음을 흘렸다.

알아도 모르는 척, 남편은 귓등으로 들었다.

글을 쓰는 목적이 뭐냐고 매번 묻는 사람이니 뭐..

자신 있게 말해도 좋은데, 실력이 미천하니 부끄럽게 쭈뼛쭈뼛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변명도 해보다가,

됐다, 얘긴해서 뭐하나, 조용히 쓰자,라고 맘을 접는다. 

부끄럽지 않을 때 맘껏 얘기하지 뭐.


회사는 다녀야 하는데,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 가지만 하고 싶은데, 아직은 참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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