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7일/ 안개가 자욱. 쌀쌀해진 날씨.
업무를 배정받았다.
새롭게 받은 일이야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다 치고,
분명 5개월 전까지 내가 해왔던 일임에도,
왜 난 ‘멍’해져 있던 걸까.
이래가지고서야 선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특히나 숫자를 보고, 조직화하는 일에
내 머리는 정지상태가 되어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될까?
퇴근길에 남편에게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지 의논했다.
남편은 아직 적응중인 거라며,
본인도 대학원 가서 다시 공부하려니까
처음엔 뭐가 뭔지 몰랐었다며,
이제 좀 알만하니까 방학이라며,
근심걱정에 쌓인 나를 안심 시켰다.
그런데 내 느낌은 조금 다르다.
여태까지 꾸역꾸역 일해 왔구나,
전혀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구나, 하는 깊은 깨달음.
앞으로 결국은 잘해낼 거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냥 뭐 해보면 다 되는거지”라고
호기롭게 말할 때도 있었지만
어제 느낀 막막함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