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거리
아이들은 점심 식단이 입맛에 안 맞으면 끼니를 거른다. 식단이 뭔들 아예 안 먹는 친구도 있다. 집이 가까워 집에서 먹는다고 했다. 대신에 입에 맞는 과자를 먹고, 나눈다. 처음에는 걱정했으나, 일상이 되니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 먹을 것이 흔해진 아이들에게는 건강보다는 본인의 입맛이 제일 중요한 모양이다.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은 그저 잔소리일 뿐. 아주매는 입을 다문다.
도서부 아이들 및 그녀들의 몇몇 친구들은 종종 컴퓨터 앞에 모여 '아이돌 월드컵'을 한다. 임의로 선택된 아이돌의 사진을 선택하며 최종까지 가는 게임이다. 아이들은 세븐틴. 투바투(투모로우바이투게더), 원어스... 각 보이그룹의 팬들인데, 자신의 남자친구인 양 일거수일투족을 조잘대지만, 내 아이돌의 마지막은 방탄소년단까지다. 방탄소년단도 워낙에 유명해져서 알게 된 거지, 이제는 스무 살 된 조카가 중학교 시절 팬이었을 때도 이름 참 특이하다며,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 주는 정도였다.
내 학창 시절에도 나는 팬이라고 할 만큼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었다. HOT, 젝스키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 우리 반에도 점심 방송에서 자신들의 오빠 음악이 나오면 눈물을 흘리며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나는 현실의 남자가 아니면 관심이 없었다. 좋은 노래가 있으면 그때 좋을 뿐이었고, 멋있는 장면을 찍으면 그때 멋있을 뿐이었다. 편지를 쓰고, 선물을 주고, 잠 못 이루는 연예인은 마흔 넘게 살면서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내 새끼라며 그룹 이름도 익히기 어려운 나에게 그룹 안의 멤버 이름을 수차례 알려준들 귀에 박히질 않았다. 매번 물어보기도 미안하기도 해서, 더는 아이들의 아이돌 이야기에 끼지도 않는다. 아주매는 또 입을 다문다.
나는 요즘 '미스터션샤인'의 이병헌과 김태리가 좋던데. 너희들과 나의 거리는 어느만큼 일까? 나는 너희들의 세계가 낯설기만 한데, 너희는 어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