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을 밀며 들어오는 아이의 첫마디다. 요즘 들어 부쩍 찾아오는 친구다. 때마다 출근 도장을 찍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떤 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번 아이들이 바뀐다. 보여줄 만한 걸 다 보여주고 나면 오지 않는 것인지, 한창 오다가 안 오는 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근래에 출근도장을 찍는 친구는, 어제는 학원에서 똥냄새가 심하다는 화장실 이야기를 했고, 오늘은 그 학원의 원장선생님이 이상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함께 오는 친구와는 듀엣으로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리로 가지 않고 내가 하는 일들에 의견을 보태고 자신과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그녀는 꿈이 제과 제빵사이며, 카페 창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어울린다고 호응하자, 옳다구나 창업하면 커피를 무료로 주겠단다. 예약해 두었다. 훗날 나를 기억해 준다면 영광일 테지 하며.
도서부 아이들이 오면 일거리를 주기 위해 하나씩을 준비한다. 12월에는 축제도 예정되어 있어 어떤 이벤트를 할까 동아리 시간에 회의도 하고, 그러고 나서도 계속 궁리 중이다. 그중 책표지로 종이가방 만드는 키트가 있어 예시로 만들어 보려는 중이었다. 마침 부장이 있었고, 자신이 손재주가 있다며 해보겠다고 자신만만했다.
그녀는 사실 성실하지 않아서 선생님들이 신임하지 않는 아이였다. 나도 몇 번 맡겨 보았으나 끝맺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회를 끝까지 주고 싶었다. 견본이니 못해도 그만이었고.
나름 쉬는 시간까지 와서 그려진 대로 만들었으나, '대충'한다는 것이 그녀의 단점이었다. 테이프로 대~충, 책을 꽂아두는 것도 대~충, 시키는 일에는 뭐든 '대충'으로 임하기에 신임할 수 없다는 걸 아마 아이는 모를 테지. 그렇기에 본인도 자신을 믿을 수 없고, 자신감을 잃는다는 걸 언제쯤 알 수 있으려나. 작은 것이라도 성심을 다할 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도서부 부장 생활을 하면서 조금은 알았으면 싶었다.
나의 학창 시절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싶었고, 중학생의 마지막을 잘 맺음 하기를 바랐다. 고등학교 시절 합창단 동아리에서 차기 부장이 되고도 친구들을 따라 공부하겠다고 탈퇴했던, 선배들에게 그래서 미움을 샀던, 책임감 없었던 그 시절이 아직까지도 후회로 남아있기에 그러했다. 못하더라도 괜찮다는 용기를 가질 걸,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나를 믿어 줄 걸, 그 이후로도 괴롭혔던 나에 대한 불신들이 나의 성장을 더디게 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면 말해주련만, 꼰대 선생이 될까 두려워 소심하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주어줘 볼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하교했고, 완성은 내 몫이었다. 내일 와서 하도록 기다려줄 걸 그랬나. 그녀는 아마도 그러거나 말거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내일도 출근도장을 찍는 병아리들이 도서관에 오겠지.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많은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집에도 할 일은 산더미인데 나 좀 봐주세요 하는 토깽이들이 서이나 있으니, 내 귀와 마음은 얼마나 크고 넓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