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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Oct 26. 2023

너와 나의 거리

중3 친구들은 지금 진로고민 중

매일 출근하는 3학년 친구가 팸플릿을 들고 데스크로 달려온다. 진학하고 싶은 특성화고 고등학교의 홍보지였다. 그중 '유아보육과'에 가고 싶다고 했다. 고등학교 학과라 '보육'인가 보다 싶었다. 집에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학교지만 교복도 예쁘고,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키즈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기도 좋을 거라는 이유였다. 키즈카페에 매일 몇 시간씩 맡기고픈 나로서는 얘가 뭘 알기나 하고 가고 싶다는 걸까 걱정이었다.


"너 아기들 좋아해?"

"네!!! 저 조카들도 잘 보고, 아기들 완전 귀엽고 좋아해요!!"


미취학 2명과 초1을 둔 다둥맘으로서 아이의 의견에 신뢰가 안 갔다. 정말 아이를 봐보긴 했을까. 하지만 들뜬 친구의 희망사항을 꺾을 필요야 없었으므로, 내 의견을 전달해 보았다. 아이들이 좋아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은 거라면 대학교에서 해도 늦지 않고, 처우도 훨씬 좋아. 그냥 공부해서 일반고를 진학하는 게 어때?


동공이 흔들리는 아이는 말했다.


"선생님, 저는 공부하는 게 정~~ 말 싫어요."

"아....."


그리고는 담임선생님과 진학 관련 상담을 한다며 총총 사라졌다. 그리고 10분도 안되어 돌아온 아이. 친구들과 상담내용을 이야기하며 감격한다.


"얘들아, 나 이 학교에 갈 성적이 될 '수'도 있대!!!!!"


"아..... 성적이 안되어 특성화고를 선택한 아이였는데.... 이 아이에게 내가 무슨 말을 했단 말인가......"


오후에는 도서부 부장과 단 둘이 있는 시간이 있었다. 축제 때 행사 이야기를 하면서 부장이 본인은 리더를 잘 못한다는 푸념을 했다. 또 나는 거들어 주었다.


"마무리만 잘하면 돼. 그것만 잘해도 나중에 도움이 될 거야."


"마무리... 요?


"응, 못한다는 생각 말고, 그냥 끝까지만 해."



부장은 갑자기 바쁜 듯 자리를 떠났다.


.

.

.


내가 또 무슨 잘못된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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