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와이셔츠는 내 결혼생활 처음부터 지금까지 풀지 못한 숙제다. 매일같이 정장을 해야 하는 남편의 와이셔츠는 단 한벌도 내 것이 없는데, 다림질의 노동은 내 일이라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 그 태도가 너무나 못마땅했다.
나를 다독여도 보았다. 남편을 위해 오롯이 나만이 해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하지만 다림질 아니어도 일도하고, 애들 케어하고, 살림까지 맡아하는 내가, 왜!!!!!!! 자기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것인지 울화통이 치밀어 난 도저히 못하겠다고 성질을 냈다.
어머님이 계실 땐 어머님이, 아프기 전 엄마가 있을 땐 엄마가, 가끔 세탁소(너무 돈이 아까워 한 번 가고는 안 갔지만)에 맡기는 식으로 다림질만은 내 손을 피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나 말고는 다림질을 할 수 없을 때면 남편은 갖은 감언이설로 나를 달랜다.나도 맞선다. "못하면 배워야지!!!!"
"그래 그럼 알려줘. 어떻게 하면돼?"
"자 먼저 등 윗쪽부터 이렇게 펴주고, 다음부턴 차례대로 하면 돼.이거 세탁소에서 다리면 2~3천원이야. 10장이면 3만원인데, 너무 아깝잖아."
그러던 중 주말마다 오는 동생이, 내 푸념을 모두 듣고, 남편과의 실랑이를 모두 살펴보다가, 내가 다림판을 정리하려는 찰나, 아차차차 하며 구겨진 본인 바지를 다리려고 한다. 다리미를 살~살 갖다 대기만 하니 주름은 그대로였다. 얘도 처음 해본다. 내가 실컷 다림질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은 터라 나에게 부탁도 못하고 "내가 할게"하며 쩔쩔맨다.
그렇게 대기만 해서 주름이 펴지니? 꾹꾹 눌러줘야지~
이상했다. 동생은 해주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남편이 시도하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동생처럼 끙끙대고 있어 내가 해준 기억이 났다.
어릴 적, 엄마는 모든 집안일과 바깥일을 다 짊어지고 살았는데, 엄마는 화를 내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는 대단하고 존경스러웠지만, 나는 그렇게 살지 않으리, 아빠 같은 남자는 만나지 않으리, 다짐했었다.
그 마음이 피해의식이 되어 다림질 하나에 속앓이를 하게 된 걸까? 남편도 내가 못하는 가구 옮기기, 고장 난 것 고치기 등을 해주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건 비정기적이고, 나는 정기적인 일이 과부하라는 게 문제인데? 그냥 내가 더 잘하는 것이니, 해준다!!라고 호탕하게 넘길 순 없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