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아이들의 시험기간이고, 오늘은 끝나는 날이다. 첫날부터 밤새고 공부했는데 30점 맞았다는 참새 (내신준비를 선생님이 체크해 준 걸 보지 않고 인강 들었다는 아이에겐 할말하않..), 레전드로 어려웠다는 아이들 소리, 정답 맞히는 소리들로 오늘도 여전히 도서관이 북적인다. 단 시험이 끝나고 학교를 떠나 훌훌 놀아야 할 애들이 아직도 도서관에 남아있다. 실은 영어 수행평가가 남아서 과제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성적과 공부에 예민한 도서부 아이 B가 눈물을 글썽이며 들어온다. 어제는 두 과목 100점에 영어는 그래도 올라 81점이라고 좋아했는데, 오늘은 망쳤나? 들어보니 오늘도 잘 본 것 같은데, 어제 오른 줄 알았던 영어점수가 79점이란다. 학기 초에 학원을 옮겼던 이 친구는 빡빡한 일정과 자비 없는 선생님의 압박, 함께할 친구 없는 외로움에 도서관에 와서 눈물을 훔치곤 하던 아이였다. 매시간 도서관 봉사를 위해 와주던 아이가 학원을 옮기고부턴 여유가 없었다. 와도 학원 숙제를 늘 들고 다녔다.
그런 그녀의 히스토리를 알기에, 그래도 학원 옮겨서 힘들어한 보람이 있네~100점이 몇 개야, 성적 많이 올랐네! 하며 잘한 점수가 기억나도록 해주었다. 그녀도 곧 눈물을 닦고, 맞아요 안 떨어진 게 어디예요~하며 기운을 냈다.
그러던 중 학교 행사의 각종 부장과 반장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H양이 우렁차게, 선생님 저 태어나서 이런 점수는 처음 받아봐요, 58점이에요!!! 라며 어이없어했다. 그녀는 시험 전 코로나고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고, 그때 진도가 많이 나갔다고 한다. 그런 핑계를 내가 대주었고, 그 아인 핑계 따윈 대지 않았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구나 하는 황당한 기운만 있을 뿐이었다.
100점이 여럿이고도 침울한 아이, 58점을 맞고도 훌훌 털어버리는 아이, 매사에 자신 없는 아이, 매사에 주도적이고 협조적인 아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퇴근을 해야 하는데 영어 수행 검사를 맡으러 간 아이들이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 세 명의 아이들과 남아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B양은 또 눈물을 글썽인다. MBTI 이야기를 하며 F인 나와 어떤 친구의 엄마의 스킨십 이야기 중이었는데, 자신은 어렸을 적에도 엄마가 자신에게 뽀뽀를 해 준 기억이 없다는 이야기, 79점 맞은 점수에 1점만 있으면 80점인데 아쉽다고 한 이야기 등을 쏟아내며 감정적 지지를 못 받았음에 슬퍼하고 있었다.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한껏 자랑하고 싶어 점수를 말하면 엄마는
"다른 친구들은 몇 점인데?"를 물었다. 얼마나 서운한 마음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관심이 필요한 이 아이들이 자꾸 내 눈에 담기나 보다. 관심받고 싶어 하던 나였는데, 관심을 주어야 하는 선생님으로 엄마가 되어 내가 어렸을 적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 잘했어, 수고했어, 고생했어, 잘했어, 널 믿어, 한번 해봐, 할 수 있어, 끝까지 해봐.